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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 이중나선 혁명”...제임스 왓슨 별세에 과학계 조명

윤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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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정보의 저장 메커니즘을 규명한 ‘DNA 이중나선 구조’의 공동 발견자 제임스 왓슨이 6일(현지시각) 97세로 별세했다. 왓슨이 프랜시스 크릭, 모리스 윌킨스와 1953년 밝힌 이중나선 구조는 이후 의생명, 계보학, 범죄수사 등 산업 전반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킨 발견으로 꼽힌다. 이번 부고로 과학계는 생명과학과 바이오 산업의 지형을 바꾼 그의 공로와 한계에 동시에 주목하고 있다.

 

왓슨은 1962년 노벨생리의학상을 크릭, 윌킨스와 공동 수상했다. 이들의 발견은 DNA가 두 가닥이 한 쌍을 이뤄 꼬여 있는 이중나선(더블헬릭스) 구조임을 처음 증명했다. 이로써 생명체의 유전 정보가 어떻게 저장되고, 복제되는지에 관한 생물학적 원리가 해명됐다. 나아가 DNA 구조의 규명은 단백질 합성과 유전자 발현, 그리고 질병 발생의 분자적 기전을 이해하는 기초가 됐다.

이 기술을 바탕으로 20세기 후반부터 범죄수사에서의 DNA 프로파일링, 유전자 변형 생물(GMO), 맞춤형 표적치료 등 다양한 산업 활용이 급격히 확산됐다. 실제로 DNA 신원 확인은 범죄 용의자 식별, 유전질환 진단, 고대 인류 계보 복원 등에서도 핵심 도구로 자리잡았다. 전문가들은 “유전체 정보에 기반한 병원 치료와 정밀의료, 유전자 데이터 산업의 출발점”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다만 왓슨의 생애는 과학계 내 논쟁도 적지 않았다. 그는 2007년 흑인의 지능 관련 발언으로 전방위적인 비난을 받았고, 이후 콜드 스프링 하버 연구소 총장직에서 물러난 직후 은퇴했다. 2019년 다큐멘터리에서 “견해 변화 없다”고 밝히면서, 연구소는 왓슨에 부여된 모든 명예칭호를 취소했다. 과학교육계에서는 인종적 편견이 과학적 성취와 어떻게 분리돼야 하는지, 다양한 윤리적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왓슨의 DNA 구조 규명은 오늘날 유전체 기반 신약개발, 인간 게놈 프로젝트, 맞춤치료 등 글로벌 생명과학 혁신의 본거지가 됐다. 미국 정부가 1988~1992년 인간 게놈 프로젝트(유전체 해독) 총책임자를 맡긴 것도 그 영향력을 인정한 결과다. 그의 연구 파트너 크릭, 윌킨스는 이미 2004년 세상을 떠났다.

 

생명과학계는 “왓슨-크릭의 이중나선 모델은 다윈의 진화론, 멘델의 유전법칙과 더불어 생물학 3대 원리에 해당한다”는 평가를 재확인하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부고를 계기로 유전자 데이터의 과학적, 사회적 파장과 미래 윤리적 이슈를 재조명할 것으로 보인다. 기술과 윤리, 산업과 제도 간 균형이 새로운 성장의 조건이 되고 있다.

윤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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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왓슨#유전체#d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