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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동해에서 만난 물빛 사색”…강원도의 빗속 힐링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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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동해에서 만난 물빛 사색”…강원도의 빗속 힐링 여행

배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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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부르는 해가 항상 반짝거릴 필요는 없다. 흐릿한 하늘과 부슬비 속, 강원도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예전에는 맑은 날씨가 아니면 여행을 미루기 마련이었지만, 이제는 비 내리는 풍경이 오히려 특별한 하루를 만들어준다.

 

강원도 동해시 이기로의 무릉별유천지는 한때 석회석 광산이었으나, 이제는 호수와 라벤더 정원이 어우러진 독특한 힐링 명소로 사랑받는다. 어떤 여행객은 “흙냄새 가득한 빗길을 걷는 순간 가장 나다운 시간이 시작된다”고 표현했다. 스카이글라이더, 알파인코스터, 루지, 집라인 같은 액티비티가 빗속에서도 색다른 스릴을 선사하고, 호수 물결 위로 퍼지는 빗방울 소리와 라벤더 향기가 여행자들의 마음까지 촉촉하게 적신다고 한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강원도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강원도

숫자로도 이런 흐름을 엿볼 수 있다. 한국관광공사 발표에 따르면, 최근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강원권 관광지를 즐기는 비중이 증가 중이다. 관계자들은 “비 오는 풍경과 어울리는 여행지 찾기가 하나의 문화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비슷한 감성은 동해시 묵호진동의 도째비골 스카이밸리에서도 이어진다. 도깨비 설화를 테마로 독특한 트릭아트와 조형물이 곳곳에 자리하고, 흐릿한 바다 위로 뻗은 스카이워크를 거닐면 “파도 소리에 마음이 씻기는 기분”이라는 후기가 많다. 해랑전망대에서 바닷바람과 함께 비릿한 내음을 들이마시는 순간, 도심의 모든 소음이 잠시 멀어진다.

 

속초 영금정도 비 오는 날의 운치가 빛난다. 바다와 맞닿은 기암괴석, 강하게 부딪히는 파도 소리, 그리고 빈 정자에 앉아 멀리 수평선을 바라보는 짙은 고요함이 여행객을 사색에 잠기게 한다. 한 방문자는 “파도가 거문고 소리처럼 마음을 흔든다”고 느낌을 전했다.

 

최근 여행 커뮤니티에서도 “흐린 날씨가 오히려 동해의 분위기를 더 깊게 만들어준다”, “비 맞으며 걷는 라벤더 정원은 잊지 못할 추억”이라는 반응이 이어진다. 사실 여행의 본질은 날씨 때문이 아니라, 그 날의 내 마음과 마주하는 과정이 아니던가.

 

이처럼 비가 내리는 강원도의 풍경은 단순한 관광을 넘어 삶의 무게를 덜고 자신을 위로하는 시간으로 남는다. 여행은 날씨와 함께 나이면서, 나의 감정까지 바꿔놓는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배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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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무릉별유천지#영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