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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조 투입해 ADC 생산”…릴리, 미국 공장 신설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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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조 투입해 ADC 생산”…릴리, 미국 공장 신설 본격화

허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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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체-약물 접합체(ADC) 제조 기술이 미국 바이오의약 산업의 패러다임을 흔들고 있다. 미국 대형제약사 일라이 릴리(Eli Lilly)가 현지시간 16일, 버지니아주 구치랜드 카운티에 50억 달러(약 6조9000억원)를 투입해 완전 통합형 원료의약품 제조시설 건설에 나서기로 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연이은 의약품 생산 패권 강화 정책, 여기에 이전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생산’ 압박과 관세 강화 움직임이 이어지면서 글로벌 제약사들의 초대형 현지 투자로 업계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업계는 이번 미국 내 공장 신설 움직임을 ‘글로벌 의약산업 공급망 전환기의 분기점’으로 본다.

 

릴리가 이번에 착수하는 제조시설은 새로운 바이오접합체 플랫폼과 단일클론항체 의약품 생산을 위한 첨단 공정이 통합된 형태다. 항체-약물 접합체는 인공적으로 합성된 항체에 초강력 항암제 등 세포독성 약물을 결합, 병든 조직에 약물을 정확히 전달하는 표적 치료제다. 기존 항암 화학요법 대비 건강한 조직 손상을 최소화하며, 치료 효과와 안전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엔 자가면역질환, 신경계 질환 등 적응증이 확장되고 있다.

ADC 생산에 사용되는 생명공학 공정은 고도의 정밀성과 품질관리가 요구된다. 릴리는 이 시설에서 ‘일관 생산체계(Integra manufacturing pipeline)’를 도입, 원료 합성에서 임상용까지 생산 효율성을 기존 공정보다 2배 이상 높일 방침이다. 단일클론항체의 대량 생산과 병행되는 이 시스템은 미국 내 환자 맞춤 표적치료 시대를 앞당길 기술로 평가된다.

 

ADC 등 바이오의약 제조공정의 현지화는 미국에서 암·자가면역질환 맞춤형 치료제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릴리는 이번 버지니아 공장 건설을 통해 650개 이상의 고부가 일자리와 1800여 개 건설현장 일자리 창출을 예상했다. 현지 생산 체계 확대로 의약품 공급속도와 환자 접근성이 동시에 개선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글로벌 경쟁사들도 미국 내 설비 투자를 앞다투어 확대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는 오는 2030년까지 미국 전역에 500억 달러를 투자해 버지니아 신약공장과 5개주 연구개발 거점을 증설할 예정이며, 바이오젠과 노바티스, MSD, 존슨앤드존슨 등도 연이어 수십억~수백억 달러 대 미국 내 생산시설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국내 셀트리온 또한 최근 대형 원료의약품 생산시설 인수에 나서 미국 현지 생산 진출을 예고했다. 미국 바이오의약 공급망 내에서 한국 기업의 영향력 확장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미국 정부는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및 PAHPA(공중보건 위기대응) 정책, 관세 강화 압박을 통해 해외 생산에 대한 진입장벽을 높여 왔다. 이에 따라 현지 생산시설 확장은 규제 및 조달 시장 경쟁력 확보의 필수 전략으로 떠올랐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최근 바이오 접합체 등 혁신치료제의 임상-허가 심사를 신속화하고, AI 기반 품질관리 공정에 대한 실증 가이드라인도 도입 중이다.

 

업계 연구진들은 “미국 바이오의약 생산시설 투자는 신약 허가와 공급 안정성을 우위에 두기 위한 전략적 행보”라며 “향후 5년 내 미국 내 첨단 바이오제조 생태계가 한층 재편될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계는 이번 공장 건설이 실제 미국 환자들의 치료 선택지를 넓힐 수 있을지, 글로벌 의약 공급망 재편의 분수령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

허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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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항체약물접합체#버지니아공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