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가족” 시현이, 금산 골목서 번져간 희망→수줍은 까치발로 묻는 청춘의 용기
경쾌한 숨소리가 어린 시현이는 오래된 골목 사이로 햇살을 담으며 하루를 시작했다. ‘사랑의 가족’은 금산에서 늘 까치발로 세상을 딛던 스무 살 소년 시현이의 시간을 따라 따뜻한 서사를 펼쳤다. 가족의 온기가 전부였던 유년, 부모의 빈자리를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손끝이 채웠고, 아이의 보폭 하나하나에 그들의 사랑이 겹겹이 쌓였다. 쉽지 않은 성장의 시간 속에서도 시현이는 넘어지지 않으려 매 순간 자신을 다잡았다.
가정의 형편은 녹록지 않아 충분한 치료는 어려웠지만, 소년은 새벽마다 운동장을 돌며 희망의 근거를 키워갔다. 전문 의료진도 "멈추지 않으면 수술의 가능성도 남아있다"고 조심히 기대를 나눴다. 이 모든 시간 동안 가족은 시현이 곁에 더 단단히 머물렀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텃밭을 일구며 손자를 위한 작지만 소중한 선물을 준비했고, 시현이 역시 아픈 할아버지 대신 물고기를 잡기 위해 냇가로 향했다. 서로 닿은 손끝마다 오래 묻은 진심이 두텁게 배어났다.

반면, ‘사랑의 가족’은 장애인의 현실을 직접 들여다보며 작은 권리를 위한 투쟁에도 시선을 멈추지 않았다. 서울 은평구의 한 공원, 무장애 산책로라는 이름은 달았지만 실제 장애인을 배려한 공간은 부족했다. 장애공감이 점검한 33곳 중 3분의 1에는 장애인 화장실이 아예 없고, 설치된 공간조차 휠체어 진입이 불가능한 사례가 많았다. 이름뿐인 권리, 모두에게 평등할 것 같은 장소가 현실에서는 문턱이 돼버린 셈이다.
시현이의 까치발이 그러하듯, 여전히 시도와 도전, 그리고 연대가 필요한 삶. 승리보다 치유에 가까운 희망 한 토막이 스며든 밤, ‘사랑의 가족’은 스무 살 소년의 눈물을 담아냈다. 사회 곳곳에 남아있는 미완의 권리, 그 조각을 모으는 작은 발걸음이 오늘도 이어진다. 목요일 저녁마다 시현이의 성장기와 장애인의 현실, 그리고 변화를 위한 메시지가 KBS1 ‘사랑의 가족’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