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감세 원복도 좌초”…이재명 정부 세제개편, 조세 반발에 흔들
조세제도 개편을 둘러싼 정치권과 업계의 갈등이 본격화됐다. 이재명 대통령 정부가 내놓은 첫 세제개편안을 두고, 세금 부담에 민감한 납세자 반발과 정치권의 포퓰리즘성 압력이 힘을 받으면서 세법 개정 논의가 초입부터 격량에 휩싸인 모양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민심 향배와 겹치면서, 증세·감세를 놓고 정부와 국회의 조율이 녹록지 않다는 평가다.
14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당·정 협의 절차를 거쳐 대주주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을 재조정할 계획이다. 윤석열 정부가 설정한 ‘종목당 50억원’ 기준을 ‘10억원’으로 되돌릴 방침이었으나, 투자자들과 정치권의 반발에 따라 현행 50억원 유지 가능성이 커졌다. “이렇게 되면, 최소 100억~200억원 상당의 주식을 취득한 소수 ‘주식 거부’까지 양도세 면제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최근 회견에서 “50억원까지 면세해야 하느냐는 생각을 지금도 한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윤석열 정부 초부자감세’의 흔적을 지우려 했으나, 증시 및 투자심리를 고려한 정치적 셈법 앞에서 정책 동력이 약화됐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또한 배당소득 분리과세 방안도 논란의 한복판에 놓였다. 정부는 2천만원 이하의 배당소득엔 14%, 2천만원~3억원 구간엔 20%, 3억원 초과분엔 35% 등 차등 세율을 적용하는 개정안을 내놨다. 이는 금융소득종합과세(최고세율 45%)와 비교해도 상당 폭 감세다. 정치권 일부에선 이를 20%대로 더 낮춰야 한다는 요구까지 제기되고 있다. 반면, 정부는 “부자감세 폭을 최소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정”이라며 추가 완화엔 난색을 표하는 분위기다.
상호금융 예탁금·출자금 비과세 축소안도 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정부는 농어민 외 준조합원 고소득자만 내년부터 5~9% 저율분리과세를 적용하기로 했지만, 해당 업계에선 ‘예탁금 이탈’ 우려를 연일 강조하는 중이다. 그러나 정부는 저율과세 자체로 여전히 충분한 세제 혜택이 남아 있으며, 오히려 예금자 보호 한도 상향 등으로 자금 유입이 지속될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외국인 관광객 미용성형 부가가치세 환급 특례의 종료 계획 역시 의료계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다. 업계는 K-의료관광 활성화를 위해 특례 유지를 촉구하지만, 정부는 “특정업계에 혜택을 부여하는 게 적정인지 따져보아야 한다”며 원칙 고수를 시사했다.
금융·보험업계 역시 수익 1조 원 초과분에 대한 교육세율을 기존 0.5%에서 1%로 높이는 방안을 두고 비용 부담을 토로하고 있다. 5대 은행 기준으로만 올해 5천여억 원의 교육세가 추가 발생하는 구조다. 이에 대해 당국자는 “응능부담 원칙과 조세형평성에 맞춘 조정”이라며, “국회 세법심사에서 성실히 취지를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애초 윤석열 정부 부자감세 기조를 원상회복하고자 했던 이재명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조세 저항과 정치적 논란에 직면하면서, 향후 국회 세법심사 과정에서 또 한차례 치열한 공방이 예고된다. 정치권은 각종 조세 논란을 둘러싼 민심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