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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심이 정국 뒤흔들었다”…더불어민주당, 특검법 합의 파기 후 강성 지지층 변수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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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심이 정국 뒤흔들었다”…더불어민주당, 특검법 합의 파기 후 강성 지지층 변수 심화

윤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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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법 개정안 수정 합의 파기를 둘러싸고 더불어민주당 내부와 여의도 정가가 첨예한 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당 지도부가 국민의힘과 도출했던 첫 합의를 불과 14시간만에 번복하는 과정에서, 이른바 '개딸'(개혁의딸·친명계 강성 지지층)의 영향력이 주요 변수로 부각됐다.

 

지난 10일 저녁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정청래 대표 등 지도부와 협의 끝에 국민의힘과 특검법 개정안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합의 사실이 알려지자 강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온라인과 문자 메시지를 통한 거센 항의가 쏟아졌고, 지도부는 합의 14시간 만에 입장을 뒤집게 됐다. 당직자와 지도부가 사실상 대국민 반성문을 내는 장면까지 연출되며 당내 민심의 역동성이 드러났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 과정에서 정청래 대표가 ‘수용 불가 및 재협상 지시’를 언급해 깊은 배신감을 느꼈다고 주변에 토로했다. 그는 언론에 “정청래한테 사과하라고 하라”고 격앙된 모습을 보였으며, 비공개 의총에서도 “특검 수사기간 차이는 15일에 불과한데 강경파의 압박이 지나치다”며 서운함을 표출했다.

 

이번 합의 파기 이후에도 당내 강성 지지층, 이른바 개딸의 조직적 행동은 계속됐다. 정청래 대표는 “부덕의 소치”라고, 김병기 원내대표는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연이어 사과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추미애 의원도 합의 과정에서 의원들과의 소통 미흡을 지적하며 김 원내대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같은 강경 지지층의 영향력은 이전부터 당내 경선과 의사결정에서 주목받아 왔다. 작년 5월 국회의장 후보 경선 때도 이른바 개딸들이 우원식 의원의 사퇴를 요구했으며, 추미애 의원이 승리하지 못하자 당 지지율 하락 현상이 나타난 바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후 국회의장, 원내대표 선거에서 당심 비중을 높이는 등 조직의 압박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선 직전인 올해 4월에도 우원식 국회의장의 ‘대선-개헌 동시투표’ 제안이 강성 지지층 반발로 사흘 만에 철회됐다. 의원들은 실제 ‘문자 폭탄’ 등 강성 지지층 활동 인원이 1만~2만명 수준이지만, 조직적으로 움직일 경우 수십만 명에 달할 수 있다고 진단한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개딸의 눈에 들면 유튜브 구독자가 폭증하거나 후원금이 쏟아진다”며 현실 정치에서 강경 지지층의 영향력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각종 선거에서 ‘당심’ 확대 등 내부 의사결정 구조가 개딸 영향력을 키우는 결과를 낳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방선거와 각종 국회직 선거를 앞둔 출마예정자들도 강성 지지층의 행보에 동참하는 양상이다. 실제 추미애, 우원식 등 주요 당직을 노리는 의원들 상당수가 강경파 지지층을 의식한 전면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에 대해 한 당 관계자는 “당원들은 ‘내 손으로 후보와 당대표를 만든다’는 효능감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내에선 이 같은 흐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감지된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국회의원은 모두 헌법기관이지만, 요즘은 특정 이슈에 자신의 의견을 말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노란봉투법처럼 세부 쟁점에 대한 다양성이 사라진 건, 잘못 찍히면 당내 입지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중진 의원들은 당 지도부가 “여야 협치를 이끌고 당원들을 설득해야 할 리더십 복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반복된 강성 지지층의 압력은 의사결정의 다양성과 정치적 리더십 위축으로 이어졌다는 진단이다.

 

정치권은 ‘특검법 합의 번복’ 사건을 계기로, 강성 지지층의 영향력이 향후 총선과 당내 공천 과정에서 더욱 강력하게 표출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따라 더불어민주당은 당심과 민심의 균형, 내부 리더십 안정화 방안 마련에 고심을 이어갈 전망이다.

윤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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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특검법#개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