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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째 11원 멈춘 약값”…퇴장방지의약품 가격 동결, 공급 불안 불러

신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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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경제성 부족으로 시장에서 자취를 감출 약에 대해 지정·관리하는 ‘퇴장방지의약품’ 일부가 20년 넘도록 상한금액이 동결되면서, 생산 포기와 공급 중단 사태로 이어지고 있다. 제약업계와 국회에서는 공공 책임이 강조되는 만큼, 제도 개선 없이는 환자 진료 현장에 필수 의약품 공급 끊김이 일상화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퇴장방지의약품 628개 품목 중 197개(31.4%)의 상한금액이 5년 이상 동결됐고, 57개 품목(9.1%)은 20년 이상 금액 변경이 없었다. 대표적으로 ‘알파아세트아미노펜정’은 2000년 5월 1일 11원 가격으로 지정된 이후 25년째 변동이 없다.

퇴장방지의약품은 희귀질환 치료나 대체불가 목적 등 공공적 성격이 강하다. 정부는 수익성 부족으로 제약사가 시장에서 철수할 경우를 막고자 약값 상한관리, 유통가 하한선 등 일부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가격·원가 보전 요구 절차가 번거롭거나 실효성이 미미해, 20년 이상 동결된 품목 중 80%가량은 제약사가 아예 가격조정 신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1년 1월부터 2023년 3월까지 79개 품목이 생산 및 공급을 중단했으며, 그 원인은 낮은 채산성(20.3%), 원료 수급 어려움(19.0%), 생산설비 노후화(17.7%) 순으로 집계됐다. 가격 동결에 따른 환자 치료 공백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보건복지부는 약가 사후관리에 대한 예외 적용, 유통가격 규제 등 보상책을 내세우고 있으나, 실질적 원가 보전은 소극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선민 의원은 “퇴장방지의약품 제도가 건강권 보호라는 취지에 비해 가격·원가 현실화에는 소홀했다”면서 “정례적 상한금액 재평가, 원가산정 기준 개선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해외에서는 필수의약품에 대한 재고 확보, 정부 직접 구매 지원 등 다양한 지원책이 병행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 역시 장기 동결된 상한금액에 대한 합리적 재평가와 함께, 수급 안정화 정책을 종합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한다.

 

산업계는 이번 동결 사태가 시장논리를 넘어 공공의료의 지속가능성과 연결된 만큼, 실질적인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현장 불안이 해소될지 주목하고 있다.

신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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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장방지의약품#보건복지부#김선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