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면역 겨냥 JAK억제제 제네릭…대웅제약, 젤토파로 보험시장 공략
자가면역질환 치료 패러다임을 바꾼 경구용 JAK 억제제 시장에 국산 퍼스트 제네릭이 등장했다. 대웅제약이 화이자의 대표 JAK 억제제 젤잔즈의 첫 제네릭 젤토파정을 내놓으면서, 고가 생물학적제와 오리지널 중심으로 굳어졌던 보험 약가 구조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업계는 이번 출시를 두고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시장에서 국산 제약사의 점유율 재편을 앞당길 변수로 본다.
대웅제약은 27일 JAK 억제제 계열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젤토파정을 국내 시장에 출시했다고 밝혔다. 젤토파정은 토파시티닙 성분의 화이자 오리지널 제품 젤잔즈정의 퍼스트 제네릭으로 개발됐으며,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을 통해 유효성과 안전성이 오리지널과 동등한 수준으로 확인됐다. 국내 JAK 억제제 계열 경구용 치료제 중에서 젤잔즈의 특허 공백을 정면으로 겨냥한 첫 상업 제품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JAK 억제제는 야누스키나아제 신호전달 경로를 차단해 과도한 염증 반응을 억제하는 기전의 소분자 약물이다. 기존에는 종양괴사인자 차단제 같은 주사형 생물학적제제가 자가면역질환 치료를 주도해 왔지만, JAK 억제제는 경구 복용이 가능하면서 다양한 염증성 사이토카인 신호를 동시에 조절할 수 있다는 점에서 치료 전략을 바꿔놓았다. 특히 이번 퍼스트 제네릭 등장은 기술적 우위뿐 아니라 보험 재정과 환자 본인부담 구조 전체를 움직일 수 있는 요인으로 받아들여진다.
젤토파정은 오리지널과 동일하게 5밀리그램, 10밀리그램 두 용량으로 동시 출시됐다. 류마티스관절염, 건선성 관절염, 강직성 척추염, 궤양성 대장염 등 젤잔즈가 확보한 모든 효능군을 그대로 적용해 이른바 풀 라인업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대웅제약은 허가 과정에서 각 적응증별 약동학적 특성과 국내 환자군 데이터에 맞춘 생동성 평가를 통해 오리지널과 동일 용법 용량으로 처방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기전·효과 면에서 오리지널과 차별화된 점은 없지만, 제제 기술과 경제성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회사는 부형제 조합과 압축 조건을 조정해 정제의 두께와 질량을 최적화했고, 그 결과 정제 크기를 젤잔즈 대비 최대 15퍼센트 줄였다. 고령 환자와 소화기 증상이 동반된 자가면역질환 환자에서 알약 크기는 복약 순응도에 직결되는 요소로 평가된다. 5밀리그램, 10밀리그램 모두 30정 병포장으로 공급해 30일 혹은 60일 처방 단위를 맞추기 용이하도록 한 점도 처방 현장의 편의성을 겨냥한 설계다.
시장성 측면에서 가장 눈에 띄는 지점은 약가다. 젤토파정 10밀리그램은 현재까지 등재된 젤잔즈 제네릭 가운데 가장 낮은 8307원 수준으로 책정됐다. 고용량이 요구되는 궤양성 대장염 환자의 경우 1일 10밀리그램 복용이 기본이어서, 약가 인하 효과가 직접적인 치료비 절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건강보험 급여 구조상 제네릭 약가 인하는 환자 본인부담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재정 관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추가 후발 제네릭과의 가격 경쟁을 촉발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JAK 억제제 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이다. 화이자 젤잔즈를 필두로 일라이 릴리의 올루미언트, 애브비의 린보크 등이 류마티스관절염과 염증성 장질환, 아토피피부염 등으로 적응증을 넓히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오리지널 간 경쟁에 더해 제네릭과 바이오시밀러가 보험 등재를 확대하며 가격 인하 압력을 키우는 구조로 돌아선 상태다. 국내에서는 젤잔즈 중심의 JAK 억제제 시장에 린보크, 징코 등 후발 품목이 합류한 가운데, 이번 퍼스트 제네릭 출시는 다국적사 중심 구도에 균열을 내는 첫 시도로 평가된다.
다만 JAK 억제제는 혈전증, 심혈관계 이상, 감염 위험 증가 등 중대한 이상반응 이슈로 각국 규제당국의 추가 안전성 관리 대상이 돼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과 유럽의약품청은 고위험군 환자에서 사용을 제한하는 경고 문구를 강화했고, 국내에서도 허가사항 변경과 사후 모니터링이 병행되고 있다. 제네릭 역시 오리지널과 동일한 안전성 경고를 따르기 때문에, 실제 처방 확대는 가격 경쟁력만으로 결정되기 어렵다는 관측도 있다.
국내 제약사 입장에서는 JAK 억제제 제네릭을 계기로 자가면역질환 분야 파이프라인 확장을 모색하는 움직임도 가속할 전망이다. 일부 회사는 토파시티닙 외 다른 JAK 계열 표적을 겨냥한 신약 개발과의 연계를 검토하고 있어, 제네릭 수익을 기반으로 한 연구개발 투자 확대 가능성도 거론된다. 특히 대형 병원을 중심으로 생물학적제제에서 경구용 소분자 약물로 치료 전략을 바꾸는 움직임이 감지되는 만큼, 보험 급여와 실제 임상 데이터 축적 속도가 시장 판도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박형철 대웅제약 ETC마케팅본부장은 젤토파정이 고가 치료제 중심이었던 JAK 억제제 시장에서 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낮추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는 퍼스트 제네릭 효과와 가격 경쟁력이 실제 처방량 증가로 이어질 경우, 후발 제네릭과 국산 신약 개발 전략까지 연쇄적으로 조정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제품이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시장에서 얼마나 빠르게 자리 잡을지, 그리고 제네릭 중심 가격 재편이 어디까지 확산될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