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이익 90% 요구에 한미 협상 제동”…김정관 산업장관, 대미 협상 성과 신중 기류
한미 간 대규모 투자 협상을 놓고 양국 통상 당국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미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14일 귀국하며 후속 협의의 난항을 시사했다. 미국 측이 투자이익 90% 배분 등 ‘미일 합의’ 수준의 높은 조건을 거듭 요구하고, 한국 정부가 이를 “비합리적”이라며 선을 그은 데서 비롯된 갈등이다.
김정관 장관은 전날 미국 뉴욕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과 만나 대미 투자 관련 조건과 이익 배분 방식 등 핵심 사안을 놓고 논의를 진행했다. 이날 새벽 귀국길에 올랐던 김 장관은 인천공항에서 “양자 간 협의가 진행 중”이라며, 이번 협상의 세부 성과와 진전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이에 따른 성과 여부와 향후 일정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협상 쟁점은 투자금 회수 이후 발생하는 이익의 90%를 미국이 가져가겠다는 미국 측 요구다. 이는 “미일 협상에서 이뤄진 조건에 준한다”는 미국 측 설명이지만, 한국 정부는 “합리적이지 않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김정관 장관은 ‘일본 모델’ 수용 문제에 대해 “관세 패키지가 있는 상태”라면서도 직답을 피했고, “모두 수용한다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투자 방식과 대상을 두고도 한미 양측의 입장이 맞서고 있다. 한국은 투자 비중은 보증 등으로 분산하면서 투자 대상을 한국 기업의 자체 검토로 결정하길 원하지만, 미국은 직접 투자 비중 확대와 자국이 주도권을 쥐기를 고수하고 있다.
앞서 한미 양국은 지난 7월 관세 협상에서 미국이 한국에 부과할 25% 상호관세를 15%로 인하하고, 대신 한국이 총 3천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이행하는 방안에 큰 틀 합의를 이뤘다. 지난달 양국 정상회담에서도 이를 재확인했으나, 이행 세부안에서는 접점을 찾지 못한 상황이다. 지난 8일 실무 대표단 간 협의에서도 이견은 좁혀지지 않았다. 이에 김정관 장관이 직접 장관급 회담에 나섰지만, 양측은 공식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미국은 이번 협상에서 농산물과 디지털 등 다양한 분야의 비관세 장벽 해소도 요구하는 중인 반면, 한국은 조선 등 산업 협력 확대를 통한 유리한 협상 조건을 모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이민 단속에 따른 한국 근로자 구금 사례와 비자 문제도 논의에 포함됐다. 김 장관은 미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근로자 330여 명 체포 사건에 대해 우려를 재차 전달하고, 법적 신분 문제 개선을 촉구했다.
한미 통상 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정부는 추가 실무 협의와 장관급 논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투자 이익 배분과 주도권 문제에서 접점을 찾지 못하면 협상 장기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치권 및 산업계의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정부는 한미 협상의 추이를 면밀히 점검하며 해법 마련에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