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토요일 비 내린 호수 앞에서”…타바타 토모코, 묵직한 눈물→아이의 마지막 소망은 어디로
영화 ‘이사’의 한 장면, 토요일 오후 비 내리는 호수 앞에서 타바타 토모코가 보인 눈물은 서사 전체의 결을 가만히 감싼다. 소녀 렌이 아직 누군가의 딸로 남고 싶던 열두 살, 열리지 않는 문 너머엔 해체돼가는 가족의 풍경이 조용히 무너지고 있었다. 울지 않으려고 스스로를 다잡는 렌의 표정에는 세상의 이별과 결핍을 견디는 아이만의 침묵이 고요하게 번진다.
아이의 배려라 믿었던 침묵은 참아왔던 절망에 가깝다. “나는 엄마 아빠가 싸워도 참았어.” 한 마디로 시작해, 감정의 잔해가 우울한 오후에 차곡차곡 쌓여간다. 세상의 이별이 때로는 소리 없이 스며든다는 걸 너무 일찍 알아버린 렌. 아이는 온 마음을 다해 가족이라는 마지막 희망을 붙잡으려 한다.

렌은 간신히 건넨다. “엄마, 이번 주 토요일엔 비와 호수에 가자.” 그 한마디는 마치 주문처럼, 망가진 마음 위에 피던 작은 희망의 빛줄기였다. 소마이 신지 감독은 잃어버린 가족을 위해, 아이의 주도로 세 가족만의 비밀스러운 여행을 만들어간다. 비 오는 토요일, 말없이 나선 호숫가의 길 위에서 진심이 터져 나온다. 침묵이었던 아이의 슬픔이 물가에 스며들듯 잔잔히 번지고, 다시 시작하라는 대화 없는 사과가 세 사람 사이를 조용히 채운다.
타바타 토모코는 극의 중심에서 어린 렌의 상처를 감정의 끝에서 끝으로 정교하게 오가며 그린다. 나카이 키이치 역시 가족 해체의 어른이 된 한 남자의 슬픔과 후회를 담담히 투영한다. 두 배우가 맞붙인 눈물과 침묵은 과장 없이 현실의 무게를 관통한다. 무엇보다 소마이 신지 감독의 연출은 일렁이는 호수처럼 시간과 공간을 투명하게 흘려보낸다. 가만히 다가가는 카메라는 숨소리와 잦아드는 슬픔을 천천히 포착하며, 언어보다 깊은 여운을 선사한다.
영화 ‘이사’는 타바타 토모코, 나카이 키이치가 출연하고, 소마이 신지 감독이 진두지휘했다. 수입은 찬란, 배급은 (주)에이유앤씨가 함께 맡았다. 오는 2025년 7월 23일 개봉을 통해 관객들은 조용한 이별의 하루와 아이의 마지막 소망을 은은하게 만날 수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