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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이하 과학인 은퇴연금 중도인출 급증”…R&D 삭감 여파, 산업현장 충격

윤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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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개발 산업을 이끌어가던 중견·청년 과학기술인의 퇴직연금 중도인출이 급증하고 있다. 최근 합리화된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조정 이후, 산업현장 ‘허리’로 불리는 40대 이하 과학기술인들이 파산이나 회생 등 경제적 곤란에 처해 퇴직연금을 조기 인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R&D 예산 긴축이 연구개발 인력의 생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과학기술인공제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4년 9월까지 ‘개인회생’을 이유로 퇴직연금 중도인출을 신청한 과학기술인은 총 62명, 규모는 13억8000만원에 이르렀다. 연도별로 2022년 6명(2억3000만원), 2023년 18명(4억5000만원), 2024년 9월까지 22명(3억9000만원)을 기록해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특히 40대 이하 연구 인력의 이탈 현상이 심화됐다. 2022년 3명이었던 40대 이하의 개인회생 사유 인출은 2023년 11명, 2024년 9월까지 21명으로 늘었고, 금액 역시 2022년 3000만원에서 2024년 3억6000만원으로 10배 가까운 증가폭을 보였다. 30대 청년 과학기술인의 인출 사례도 2022년 2명, 2023년 5명, 2024년 9월까지 12명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올해에는 20대 과학기술인도 3명이 개인회생을 이유로 퇴직연금을 중도 인출한 사실이 처음 파악돼, 연구 현장의 미래 기반에도 위기가 번지고 있다.

 

이번 데이터는 정부의 R&D 예산 조정이 실제 연구개발 인력의 고용안정과 경제적 기반에 미친 여파를 객관적으로 보여준다. 과학기술계는 40대 이하 연구자들이 상대적으로 경력의 절정기에 있지만, 이들마저 생계난으로 인한 퇴직연금 인출이 늘면 산업 전반의 혁신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한국 연구현장의 불안정성은 비교적 최소화된 미국, 일본, 유럽 등과 대조를 이룬다. 주요 경쟁국은 R&D 핵심 인력의 고용과 생계 지원 정책을 강화해 장기적 기술 패권을 뒷받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과학기술인공제회 중심의 퇴직연금 제도가 운영되고 있으나, 예산 불확실성이 지속될 경우 추가적인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커진다. 연구개발 인력의 대규모 이탈과 연구 공백은 장기적으로 혁신역량 저하, 산업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황정아 의원은 연구인력의 위기 상황이 지속된다면 “한국의 미래 기술성장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진단하며, 조기 예산 회복과 안정적 연구환경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산업계는 이번 수치와 현상이 일시적 충격에 그칠지, 구조적 위기로 번질지 주시하고 있다. 기술과 재정, 산업구조의 안정은 미래 IT·바이오 산업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하는 핵심 조건이 되고 있다.

윤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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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인#퇴직연금#개인회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