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중장거리 혁명”…키프예곤, 1마일 4분벽 넘보며 신기록→다시 쓴 한계의 순간
트랙 위의 숨막히는 정적 사이, 키프예곤은 사상 첫 여성 1마일 4분 벽 돌파를 향해 마지막까지 속도를 끌어올렸다. 관중의 시선과 박수, 긴장과 설렘이 교차한 파리의 스타드 샤를레티. 4분의 벽은 이번에도 그녀를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단숨에 세계 신기록을 다시 쓴 주인공이었다.
페이스 키프예곤은 27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브레이킹4: 페이스 키프예곤 vs 1마일 4분’ 공식 이벤트에서 1마일을 4분06초42에 달리며 비공인 신기록을 남겼다. 기존 세계기록이었던 자신의 기록(4분07초64)을 1초 이상 앞당긴 수치다. 최첨단 장비와 남녀 페이스메이커의 지원을 받은 이 도전은 공식 인정을 받진 못했지만, 한계를 향한 의지를 더욱 또렷이 각인시켰다.

경기 초반부터 키프예곤은 400m 1분00초20, 800m 2분00초75로 빠르게 치고나갔다. 그러나 1,200m 이후부터 근육의 피로가 드러나기 시작했고, 마지막 400m를 1분4초58로 마치며 아쉽게 4분대 진입 문턱에서 멈췄다. 기록의 조명이 닿지 않는 곳에는 꾸준한 자기 혁신과 담대한 실험정신이 있었다.
키프예곤은 “첫 도전에서 가능성을 확인했다. 4분 벽 돌파는 시간문제다”라며 여운이 남는 소감을 밝혔다. “내가 아니어도 누군가는 여길 넘을 것이다. 여자 선수가 1마일 4분 안에 달리는 역사, 곧 현실이 된다”고 전했다. 단순히 기록만이 아닌, 마음을 울리는 메시지가 스타디움을 가득 채웠다.
키프예곤은 올림픽 여자 1,500m 3연패, 세계선수권 금메달 3회에 빛나는 중장거리 육상 최강자다. 2018년 딸 앨린 출산 이후에도 정상급 기량을 증명하며, 팬과 주니어 선수들의 마음에 ‘포기 없는 도전’이라는 가치를 새기고 있다.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파리의 밤. 키프예곤은 “딸과 세계 소녀들에게 우리가 할 수 없는 일은 없다. 스스로 한계를 증명하며 앞으로도 도전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계에 도전하는 따뜻한 시선, 현장의 숨결을 간직한 키프예곤의 이야기는 육상 팬들에게 오래도록 남겨질 전망이다.
키프예곤은 2025년 국제 대회에서 다시 한 번 새로운 이정표를 노릴 예정이며, 1마일 4분 벽을 넘어설 다음 도약의 순간은 언제가 될지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