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더위가 공존한다”…급변하는 날씨에 맞서는 일상의 풍경
요즘 하늘만 보면 알 수 없는 날씨가 이어진다. 비 내리는 동네와 뜨거운 햇살에 땀이 흐르는 남쪽 도시가 동시에 존재한다. 예전엔 당연하던 계절의 순서를 기대하기 어렵고, ‘오늘은 무엇을 입어야 하나’가 가장 큰 고민이 됐다.
강원도 영월, 횡성, 원주 등 영서 지역엔 단시간에 많은 비가 쏟아질 수 있어 호우주의보가 내려졌다. 반면 같은 시간, 전남 담양·고흥·순천뿐 아니라 경북, 경남, 제주, 대구, 울산, 부산 등 남부 전역은 폭염주의보가 지속된다. SNS에는 “우리 동네는 비 때문에 장화를 신었는데, 친구네는 뜨거운 햇볕 아래 카페에 숨는다”는 인증글이 올라온다. 기온만 보는 시대는 지났고, 습도까지 챙기는 ‘체감온도 라이프’라는 말이 나온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기상청은 “2023년 5월 15일부터는 단순 최고기온이 아니라 습도와 결합한 체감온도로 폭염특보를 내린다”고 밝혔다. 그러니까 33℃가 안 돼도 습도가 높으면 폭염주의보가, 반대로 기온이 높아도 바람과 습도가 낮으면 폭염특보는 발효되지 않는다. 쾌적함과 불쾌지수가 단순 온도 이상임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이 흐름을 ‘날씨와 감정이 함께 움직이는 시대’라 부른다. 한 심리학자는 “우리가 날씨에 따라 더욱 민감해진 건, 그 안에서 스스로에게 맞는 리듬을 찾으려는 의식이 커져서다. 딱 맞는 옷차림과 집안 온도, 나만의 속도를 세심하게 신경 쓰는 게 변화의 본질”이라 느꼈다.
일상의 반응 역시 다양하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집안 온습도계를 하루에 몇 번씩 확인한다”, “휴대용 우산과 선풍기를 같이 갖고 다니는 게 이제 익숙해졌다”, “에어컨 설정은 온도보다 습도를 먼저 본다”는 글이 이어진다. 한 이용자는 “기온만 볼 때보다 몸이 훨씬 덜 지친다”며 체감온도 체크의 습관화를 고백했다.
사소한 변화지만, 그 안엔 달라진 삶의 태도가 담겨 있다. 누구보다 내 몸의 작은 신호에 귀 기울이고, 계절과 공간의 차이를 순발력 있게 받아들이는 요즘 사람들. 체감온도란 단어는 이제 기상청표 수치가 아니라, 각자의 일상을 가꾸는 감각이 됐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