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건희 여사에 간다 들어"…공천청탁 기소 김상민 전 검사 재판서 증언 나와

조민석 기자
입력

고가 미술품을 매개로 한 공천 청탁 의혹을 둘러싸고 대통령 배우자를 둘러싼 발언까지 법정에 소환됐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된 김상민 전 검사의 재판에서 그림 중개업자가 "김건희 여사에게 그림이 간다고 생각했다"고 증언하며 파장이 커지고 있다.

 

2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1부 심리로 열린 김 전 검사의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 사건 2차 공판기일에서 프리랜서 미술품 중개업자 A씨가 증인으로 나와 이같이 말했다. 재판은 이현복 부장판사가 맡고 있다.

A씨는 또 다른 미술품 중개업자 강모씨의 부탁을 받고 김 전 검사가 구매할 이우환 화백의 그림을 알아봐 준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023년 1월께 강씨로부터 "김상민 검사가 그림을 사려고 하니 좋은 그림을 알아봐 달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A씨에 따르면 이후 중개 과정에서 강씨는 "(그림을) 높은 분이 찾으신다"고 말했고, 대화 중 "여사님"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A씨는 법정에서 "강씨가 김건희 여사를 언급해 용산 대통령실로 그림이 갈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한 A씨는 그림을 판매한 뒤 3∼4일이 지난 시점에 강씨로부터 "김건희 여사, 취향이 높은 분께 전달된다"는 이야기를 다시 들었다고 밝혔다. 이 발언이 실제 전달 경로를 알고 한 것인지, 강씨의 추정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추가 공방이 이어졌다.

 

재판에서는 강씨와 김 전 검사가 주고받은 카카오톡 대화 내용도 소개됐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김 전 검사는 강씨에게 "살짝 한번 물어봐줘. 괜히 여사님 그림 찾는 거 소문나면 문제되니"라고 메시지를 보냈고, 강씨는 "한국 화가는 단색화를 좋아하신다네"라고 답했다. 이는 김건희 여사의 미술 취향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됐다.

 

강씨는 위 카카오톡 대화를 캡처해 A씨에게 전송했다. A씨는 그 이유에 대해 "그림 구매가 확실하게 잘 진행 중이라는 점을 보여주려 한 것 같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이 대화가 그림의 최종 수요자를 둘러싼 인식을 보여주는 정황이라고 보고 있다.

 

그림의 가격과 진위 여부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A씨는 자신이 한국미술품감정평가원에 감정을 의뢰해 이우환 화백의 작품이 진품이라는 결과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에 따라 그림을 1억4천만원에 판매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그는 특검 조사 과정에서 "이우환 화백 그림을 많이 거래했는데 가짜라면 이 금액을 안 받는다"고 진술한 사실도 재확인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검사는 이우환 화백의 그림 '점으로부터 No. 800298'을 1억4천만원에 구매한 뒤 2023년 2월 김건희 여사의 오빠에게 전달하면서, 2024년 4월 10일 총선을 앞두고 공천을 청탁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국민의힘 공천 심사 과정에서 탈락, 이른바 컷오프됐지만, 넉 달 뒤인 지난해 8월 국가정보원 법률특보로 임명됐다.

 

김 전 검사 측은 공소사실 핵심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변호인단은 김 여사의 오빠에게 그림을 전달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미술품 매수를 중개한 것에 불과하다"며 정치자금법 위반이나 공천 청탁의 대가성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특검팀이 산정한 범죄액과 관련해 "그림이 위작이기 때문에 100만원 미만으로 봐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그러나 검찰과 특검은 감정평가 결과와 거래 가격을 근거로 고가 미술품이 공천 청탁의 매개가 됐다고 보고 있다. 김건희 여사를 직접 겨냥한 진술과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 공개되면서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실 주변을 둘러싼 특혜·청탁 의혹까지 재점화되는 분위기다.

 

법원은 향후 관련자 추가 신문과 감정인 진술 등을 토대로 그림의 진위와 거래 경위, 공천 청탁 여부를 종합 판단할 방침이다. 정치권은 재판 진행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으며, 재판 결과에 따라 여권 인사 인선 과정과 공천 제도 전반을 둘러싼 논쟁도 거세질 전망이다.

조민석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김상민#김건희여사#이우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