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묘 신실 특별 개방 논란”…김건희, 대통령실 요구에 ‘신성 공간’ 둘러봐 파장
종묘 신실 개방을 둘러싼 논란이 정치권과 문화계에서 확산되고 있다. 김건희 여사가 지난해 종묘에서 외국인과 차담회를 가진 당일, 대통령실의 요구에 따라 평소 외부인 출입이 엄격히 제한되는 영녕전 신실 1칸이 개방된 사실이 확인됐다. 국가유산청이 2일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사실관계가 드러나며 ‘신성한 국가유산의 사적 이용’ 논란에 불이 붙었다.
국가유산청 자료에 따르면, 김건희 여사는 2024년 9월 3일 종묘 망묘루에서 차담회를 열기 전, 외국인 2명과 통역사, 그리고 이재필 궁능유적본부장 등과 함께 영녕전 건물 내부와 신실까지 둘러봤다. 당시 방문은 종묘가 정기휴관일인 화요일이었으며, 일행은 외대문이 아닌 영녕전 인근 소방문을 통해 입장해 약 5분간 머물렀던 것으로 궁능유적본부 측은 파악했다.

특히, 궁능유적본부는 “김건희 여사가 영녕전 일대에 머무르는 동안 신실 1칸이 개방됐다”고 밝히며, “신실 내부로 들어간 사람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평소 종묘 신실은 연 2회 대제(大祭) 기간에만 잠시 문이 열릴 정도로 엄격히 보호되는 공간이어서 개방 그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신실 개방 지시는 대통령실 문화체육비서관실에서 내려진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유산청은 “문화체육비서관실이 신실 1칸 개방을 요구했고, 이에 따라 개방하게 됐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차담회 전날인 9월 2일 사전 답사를 실시하면서 김건희 여사의 영녕전 방문 동선도 사전에 기획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건희 여사 일행을 위해 영녕전 신실을 개방하라고 요구한 행위는 명백한 직권남용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에 해당한다”며, 해당 행위의 법적 책임을 강조했다. 임 의원은 추가로 “국가유산 사적 이용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관련 비용 청구 및 담당자 징계가 필요하다. 국정감사에서도 진실을 끝까지 파헤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가유산청 내부에서도 행사의 적절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비판이 제기됐다. 한 관계자는 “윗선의 협조 요청이 있어도 종묘 신실만큼은 절대로 개방해서는 안 되는 공간”이라며 내부적 반대 기류를 전했다. 더욱이, 차담회 장소인 망묘루 바로 옆에 신실 재현 공간이 상시 운영되고 있는데도 실제 신실을 개방했다는 점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궁능유적본부는 “당시 종묘 차담회가 대통령실 공식 행사로 판단돼 신실 1칸만 안내 차원에서 개방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공식 행사를 이유로 역사·제례의 신성성이 훼손됐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종묘는 조선과 대한제국 역대 국왕과 왕비의 신주가 모셔진 국가 사당이다. 영녕전 내 신실 16칸에는 조선의 4대 조와 15위 왕, 17위 왕후, 대한제국황태자 신주가 봉안돼 있다.
오는 국정감사에서도 이번 신실 개방을 둘러싼 논란이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정치권은 대통령실 개입의 적법성, 역사문화재 보존 원칙 등 다양한 쟁점을 놓고 첨예한 공방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