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3·26·29·37·40이 불러온 11명의 행운”…로또 한 장의 꿈, 일상에 번진 설렘
요즘 매주 로또 복권을 사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예전엔 단순한 희망고문쯤으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일상에 작은 설렘을 더하는 주말의 리추얼이 됐다. 지난 8월 30일, 제1187회 로또 추첨에서 번호 5, 13, 26, 29, 37, 40을 맞춘 11명이 1등 주인공이 됐다. 이들은 각자 26억 1,938만원씩을 손에 쥐게 됐다.
가장 먼저 인터넷 복권사이트를 비롯해 서울 송파구, 울산 북구, 경기 성남시·여주시·평택시, 전남 목포시, 경남 김해시·밀양시, 그리고 통영시의 복권방까지 전국 각지의 복권 판매점에서 1등 당첨자가 배출됐다. 11명의 1등 외에도 2등 당첨자가 79명(각각 6,078만원), 3등이 3,147명(각 152만원), 4등은 152,448명(각 5만원), 5등은 255만여명(각 5천원)이나 됐다. 그만큼 로또는 광범위하게 일상의 한 켠에 자리 잡고 있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이번 회차 총판매금액만 1,176억5천만원을 넘어섰다. 로또 역대 누적 1등 당첨자는 9,789명, 지급된 누적 1등 당첨금만 해도 19조8천억원에 달한다. 재미있는 건 매번 당첨될 확률은 같지만, 자주 뽑히는 번호들이 꾸준히 있다는 점이다. 34번·12번·13번·27번 등이 200회 안팎으로 추첨됐고, 최근 회차에는 13번과 26번, 40번 등도 얼굴을 비췄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이런 번호 통계를 매주 확인하며 자신만의 행운공식을 고민한다.
트렌드 연구가들은 이 현상을 ‘희망의 사회화’로 정의했다. 한 로또 구매자는 “당첨이란 기적을 믿는다기보다, 잠깐이나마 다른 삶을 상상해보고 싶어서 복권을 산다”고 표현했다. 또 다른 이들은 “한 주 동안 걱정을 잠시 내려놓고, 당첨번호를 맞혀보며 소소하게 위로받는다”는 반응도 보였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꿈 한 번 꾸어본다고 뭘 잃나”, “당첨되면 회사부터 그만둘 거다” 등 각자의 방식으로 설렘과 현실의 간극을 기록했다.
이 흐름의 본질은 단순한 일확천금 욕망에 있지 않다. 로또를 사는 과정 자체가 반복되는 일상에 작은 재미를 주는 ‘내적 의식’이라는 해석이 많다. 실제로 심리 전문가들은 “작은 기대라도 스스로 연출하며, 개인의 심리적 안정과 만족감을 높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다 보니 구매하는 방법도 다양해진다. 재미 삼아 수동으로 번호를 고르는 이들, 철저히 운에 맡기는 자동 선택족, 혹은 지난 번호 추이까지 꼼꼼히 파악해 패턴을 찾으려는 사람들까지 각각 자신만의 의미를 부여하는 모습이다.
이렇듯 로또는 당첨 그 자체보다도 ‘희망을 느끼는 과정’이 일상이 됐다. 점점 더 각박해지는 사회에서, 기대와 기다림을 잠깐이라도 품을 수 있다는 사실에 많은 이들이 긍정의 의미를 발견한다. 중요한 것은 숫자가 아니라, 그 숫자가 불러오는 설렘이라는 평이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