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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하늘 아래 파도 소리”…강릉 감성 해변 산책, 일상에 스민 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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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하늘 아래 파도 소리”…강릉 감성 해변 산책, 일상에 스민 여유

신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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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강릉 해변을 걷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날씨가 흐려도, 오히려 잔잔한 파도 소리와 함께 걷는 산책길은 잠시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기에 충분하다. 예전엔 해가 쨍해야만 바다를 찾았지만, 이제는 흐린 하늘 아래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고요함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었다.

 

18일 오전 기준, 강릉은 온종일 구름이 드리워진다. 기온은 20도를 조금 넘기고, 습도가 높아져 바다 내음이 온몸을 감싼다. 바람은 느리게 불고, 해변에는 우산을 든 산책객들이 여유롭게 걷는다. “굳이 맑지 않아도, 바다는 늘 좋다”며 장화를 신고 모래사장을 거니는 여행객의 얼굴엔 미소가 번진다. 사근진해변처럼 한적한 곳에서는 사람보다 파도 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강릉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강릉

이런 변화는 관광 명소의 분위기에서도 읽을 수 있다. 강동면의 하슬라아트월드는 넓은 바다를 배경으로 자리 잡은 복합예술공간으로, 한국 현대미술 작품과 피노키오 박물관, 오션뷰 카페가 어우러져 있다. 비가 내리는 날에도 실내외를 자유롭게 오가며, 예술과 자연을 온전히 감상할 수 있다. 옥계면의 강릉쌍둥이동물농장에서는 63종의 동물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놀이기구와 식물원, 민속체험까지 다양한 경험을 쌓는 모습이 자연스럽다.

 

강릉관광 데이터에 따르면 코로나 이후 야외 체험과 한적한 여행지 선호도가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인파를 피해 한가로운 해변을 찾거나, 하루에 여러 곳의 문화를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코스가 인기다. 전문가들은 “자연 속 산책이나 예술 체험은 감정의 안정과 재충전에 큰 역할을 한다”며, 변화한 여행지의 풍경에 내적 여유가 스며든다고 분석한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비 오는 바다가 로맨틱했다” “아이가 동물농장에서 뛰노는 모습에 나도 웃음이 났다”는 체험담이 소셜미디어에 줄을 잇는다. 예전엔 강릉 하면 ‘경포대’만 떠올랐던 사람들도 “동네 해변 산책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각자만의 강릉을 찾고 있다.

 

사소한 변화지만, 그 안엔 달라진 삶의 태도가 담겨 있다. 흐린 하늘, 약한 파도, 해변산책에서의 일상… 누구에게나 작지만 깊은 휴식이 필요한 요즘, 강릉은 감성 가득한 풍경들로 일상을 채워준다. 여행을 떠나는 이유도 방식도 변해가고 있다. 지금 이 변화는 누구나 겪고 있는 ‘나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신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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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하슬라아트월드#사근진해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