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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하늘 아래 푸른 바다”…남해의 비 오는 날, 자연 속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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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하늘 아래 푸른 바다”…남해의 비 오는 날, 자연 속을 걷다

조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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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한적한 해변과 숲길을 찾는 여행자가 많아졌다. 화려한 관광지 대신 고요함을 느낄 수 있는 곳, 남해가 그런 곳이 됐다. 흐린 하늘 아래 가랑비가 내리는 날, 남해의 길을 걷는 이들은 자연스럽게 일상에 묻어온 심신의 피로와 잠시 거리를 둔다고 표현했다.

 

경상남도 남해군은 푸른 바다와 굽이진 해안선, 그리고 한려해상국립공원이 어우러진 동네다. 9월의 남해는 흐리고 비가 내리고 있었다. 낮 기온은 25.8도를 기록했고, 잔잔한 서풍이 불어 날씨부터 여행자의 감성을 흔든다. “비 오는 날씨 덕분에 공기가 더 맑고, 바다가 유난히 푸르다”고 한 여행자는 소감을 전했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남해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남해

실제로 남해 상상양떼목장과 편백숲은 폭넓은 잔디밭과 울창한 숲, 그리고 호기심 가득한 동물들이 어우러지는 공간이다. 양들이 푸른 초지 위를 뛰노는 풍경, 편백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빗소리, 그리고 깊게 들이마신 숲의 향기는 일상에서는 쉽게 마주하기 어려운 여유를 선사한다. “아이와 손을 잡고 숲길을 걷다보면 나도 모르게 숨을 크게 들이쉬게 된다. 그 순간만큼은 마음이 가벼워진다”는 후기가 이어진다.

 

그런가 하면, 설천면 노량리의 남해충렬사에서는 조용히 비를 맞으며 걸어오는 사람들이 보였다. 이순신 장군의 얼이 고스란히 남은 사당에는 임진왜란 당시의 역사가 켜켜이 쌓여 있다. 노량해전의 바다를 바라보며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숙연해진다는 여행객들이 많다. “사색과 위로가 필요할 때 이곳을 찾는다”는 이들도 적지 않다.

 

아찔한 체험을 원하는 이라면 삼동면 보물섬전망대가 인기다. 360도로 시야가 트이는 전망대 건물은 등대를 닮았다. 특히, 국내 첫 유리 바닥 산책로인 ‘클리프워크’에서는 바다 위 절벽을 걷는 듯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투명한 유리 아래로 펼쳐지는 바다는 잠시 숨을 멎게 한다. 전망대 안 카페, 그리고 남해 로컬푸드마켓에서 맛보는 신선한 특산물 역시 ‘남해만의 선물’로 꼽힌다.

 

여행자 커뮤니티에는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 같다”, “한가로이 비 내리는 남해에서 힐링했다”와 같은 감상들이 이어진다. 댓글에는 “남해에서는 걷고 쉬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위로가 된다”는 문장도 있었다.

 

사소한 선택, 일부러 찾아낸 느린 여행이지만 남해에서의 하루는 삶의 속도를 잠시 늦추는 법을 가르쳐준다. 지금 이 변화는 누구나 겪고 있는 ‘나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조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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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상상양떼목장#보물섬전망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