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 반출 최종전”…구글, 위성사진 보안강화 카드로 여론전
구글이 국내 위성사진 반출을 둘러싼 정부 심사에 앞서, 군사기지 등 보안시설 블러(가림) 처리된 위성사진의 구매 가능성을 시사하며 막판 여론전에 돌입했다. 국외 지도 반출을 위한 ‘안보 리스크 해소’ 카드를 꺼낸 것이지만, 국내 공간정보 업계 및 학계는 “본질을 흐리는 주장”이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업계 전반에서는 이번 이슈를 한·글로벌 ‘지도 서비스 경쟁 정책’의 전환점으로 평가하고 있다.
크리스 터너 구글 대외협력 정책·지식정보 부문 부사장은 지난 5일, 구글코리아 공식 블로그를 통해 “한국 내 민감시설의 원본 위성사진에 대한 가림 처리가 보안상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공개했다. 구글은 정부가 과거 제안한 조건 중 ‘블러 처리 지도면 반출 검토’안을 재수용 가능성으로 언급했다. 그간 구글은 위성사진 촬영업체의 원본 수준에서는 보안시설 노출이 막기 어렵다며 반대해온 바 있다.

학계와 업계는 구글이 ‘정밀 지도’ 개념 등 핵심 논점을 혼동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구글은 “신청 대상은 ‘고정밀 전자지도’가 아니며 법적으로 반출 가능한 축척 1:2만5000 수준의 지도에서는 실질적 길 찾기 기능이 어렵다”고 주장했다. 한국 국토지리정보원이 분류하는 1:5000 지도 또한 국가기본도로 명시했음을 근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최진무 경희대 지리학과 교수는 "국제적으로도 1:5000 지도는 대단히 고정밀에 속한다. 비교 기준을 1:1000에만 둘 이유가 없다"고 평가했다. 실제 국토지리정보원도 1:5000 지도에 ‘고정밀 국가기본도’라는 용어를 공식 사용했다.
지도 데이터 글로벌 정책 측면에서도 논란이 이어진다. 구글은 “보행자·자전거 내비게이션 등 정밀 서비스에는 1:5000 지도만이 적합하며, 이를 다른 국가에서도 활용하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해외 반출 승인을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업계는 “전 세계적으로 1:5000 지도를 전국 단위로 제작·활용하는 국가는 드물며, 대부분 1:2만5000을 표준 국가기본도로 삼는다”고 설명한다.
서비스 제공 실효성 논란도 계속된다. 업계 관계자는 “정밀지도가 없는 북한 평양에서도 구글 길 찾기가 되는데, 왜 한국만 불가한지 먼저 설명해야 한다”며, 같은 1:5000 데이터(티맵 제공)를 받아도 애플은 애플 지도 및 길 찾기 서비스가 원활하다는 점을 짚는다. 구글 측은 “티맵에서 구매한 지도는 단순 지도표시용일 뿐, 핵심 내비게이션 기능 제공이 불가능하다”고 밝혔으나, 업계는 “길 찾기 연산은 지도 축척과 무관하며, 해외 데이터센터에서 1:2만5000 데이터를 처리해도 길 찾기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결국 이번 구글의 지도 반출 이슈는 국가 안보, 기술 정책, 글로벌 서비스 경쟁이 복합적으로 얽힌 구조다. 전문가들은 “지도 데이터 반출이 단순한 기업-정부 간 실무협상 수준을 넘어, 데이터 주권 및 AI 활용과 개인정보 보호 등 첨예한 법제 이슈와도 연결돼 있다”고 분석한다. 산업계는 이번 구글의 전략 수정이 실제 정책 반영 및 서비스 변화로 이어질지 예의 주시하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