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불의 과학적 정체”…스탠퍼드, 미세 번개로 생명 기원 새 가설
미세 번개 현상이 도깨비불의 실체를 밝혀내며, 나아가 초기 생명체 탄생 메커니즘에 새로운 해설을 제시하고 있다. 스탠퍼드대학교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를 통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어두운 밤 허공에서 나타난다는 도깨비불 전설이 단순한 메탄가스 연소가 아니라 ‘미세 번개(microlightning)’ 현상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번 연구는 늪지대 등 특정 환경에서 기포 간 전하 분리가 자연적 전기장을 형성해 미세 번개를 발생시키며, 이 번개가 메탄에 불을 붙인다는 과정을 규명했다. 전통적으로 도깨비불은 메탄가스가 저절로 발화해 생긴다고 여겨졌으나, 연구팀은 메탄의 자발적 점화 과정이 불분명하다는 점에 의문을 제기했다.
자레 교수팀은 나노미터(10억분의 1미터)~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미터) 크기를 갖는 미세 기포들이 표면에서 크기에 따라 음전하(작은 기포)·양전하(큰 기포)가 분리된다는 점을 밝혔다. 이렇게 서로 다른 전하를 띤 다수의 미세 기포가 충돌할 때, 전하 균형을 맞추는 과정에서 짧고 강한 전기장이 생기며 실제로 무수히 작은 번개가 일어난다. 실험 장치에서 메탄과 공기 기포를 분사한 뒤 초고속 카메라로 관측한 결과, 기포 충돌 시 섬광이 포착됐고, 특히 공기만 있을 때도 동일한 전기가 발생함이 확인됐다. 전통적 모델과 달리, 메탄의 자발적 발화가 아닌 미세 번개가 주도적으로 작용함을 시사한다.

메탄 기포가 포함된 실험에서는 섬광 세기와 내부 온도가 현격히 증가했다. 또한 자외선 관측을 통해, 연소 과정에서 생성되는 포름알데하이드의 신호가 동반됨이 드러났다. 이는 미세 번개가 실질적으로 메탄가스에 불을 붙이고, 도깨비불 현상의 물리적 기반을 제공함을 의미한다. 이 과정은 기존 과학계가 설명하지 못했던 자발적 불꽃 생성 원리를 해명하는 성과다.
이번 성과는 도깨비불 신화 해명을 넘어, 생명 탄생의 기초 메커니즘을 확장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하버드대학교 제임스 앤더슨 박사는 미세 기포의 전하 분리가 복잡한 화학반응을 시작할 수 있는 ‘일상적 스파크’ 역할을 하며, 초기 생명체의 필수 분자인 아미노산 결합과 같은 반응을 유도할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실제로 최근 연구들은 미세 기포 조건에서 펩타이드(아미노산 결합)나 폴리뉴클레오타이드(핵산 사슬) 생성이 촉진됨을 입증하고 있다.
특히 이번 연구는 초기 지구의 늪, 해안, 호수 등에서 미세 기포 기반 전기적 반응만으로도 생명 물질이 형성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는 ‘밀러-유리’ 실험이 가정한 대기 번개 없이도 기초 생명분자가 생성될 수 있음을 새롭게 제안한다. 다만 연구팀은 생명 기원 메커니즘과 직접적 연결은 아직 불확실하다며, 추가 연구 필요성을 강조했다.
향후 미세 번개 현상을 바탕으로 더 다양한 화학 반응을 유도하는 연구 확산이 예상되는 가운데, 업계와 학계는 기초과학이 생명과학 산업과의 경계를 허물며 혁신을 이끄는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산업계는 이같은 기술이 실용화 연구나 특수 신소재 합성 등 실제 시장에 파장을 미칠 수 있을지 관망하는 분위기다. 기술과 기초과학, 산업 사이 균형이 융합 산업 발전의 새로운 키워드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