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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하늘 아래 걷는 시간”…김해의 유구한 역사와 자연이 주는 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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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하늘 아래 걷는 시간”…김해의 유구한 역사와 자연이 주는 쉼

조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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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흐린 날씨에도 산책을 즐기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예전엔 햇살이 비치는 맑은 날만이 ‘좋은 날’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흐릿하고 부드러운 기운 속에서 천천히 걷는 시간이 새로운 일상이 됐다.

 

가야 문명의 도시는 오늘도 고요히 숨 쉰다. 김해수로왕릉 산책로를 걷는 김희선 씨(38)는 “여기만 오면 마음이 차분해진다”며 일상의 분주함이 잠시 멈추는 경험을 고백했다. 울창한 숲과 시원한 그늘 아래에서 보내는 시간은, 유구한 역사와 지금의 내가 조용히 만나는 순간이 된다. 흐린 하늘, 은은하게 흩어진 햇살 아래로 산책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더욱 느려지는 풍경이 이어진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김해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김해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관광객 수와 시민 참여형 산책 프로그램이 꾸준히 늘고 있으며, 특히 관리가 잘 된 녹지와 문화유산을 찾는 연령층이 다양해졌다. 도심 속에서 역사를 느끼며 자연과 한데 어우러지는 공간을 찾는 이들이 많아진 셈이다.

 

일상에 특별함을 더하고 싶은 이들을 위해 김해의 명소들은 각기 다른 경험을 마련했다. 대동승마랜드에서는 말과 교감하며 몸과 마음의 균형을 찾는 시간이 주어진다. 윤지수 승마교사의 말처럼, “말을 타고 자연을 바라보는 순간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자유로워지는 감정이 밀려온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유아 승마, 동물에게 먹이 주기, 사진으로 남기는 하루의 단면은 소소하지만 깊은 만족감을 안긴다.

 

체험의 밀도를 더하는 곳, 김해 와인동굴도 있다. 폐 터널에서 새 삶을 얻은 동굴 안은 한여름에도 선선하다. 산딸기 와인을 맛보며, 은은한 조명 아래 신비로운 분위기에 젖어드는 이색적인 경험이 펼쳐진다.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와인과 가공품은 여행의 기념이 되기도 한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가야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에서 잠깐이라도 멈춰 쉬고 싶다”, “흐린 날이 오히려 김해의 운치를 더해준다”는 공감의 글들이 이어진다. 그만큼 익숙함을 벗어난 새로운 감각을 즐기는 분위기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흐린 날씨 아래서 천천히 걷는 시간, 말과 동물과 눈을 맞추는 경험, 시원한 동굴에서 만나는 지역의 맛이 만들어내는 하루. 이것은 단지 여행이 아닌, 나를 돌보는 또 다른 방식이다.

조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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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김해수로왕릉#김해와인동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