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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바다, 고요한 산사, 옛 항구”…사천, 일상의 쉼표가 되는 해양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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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바다, 고요한 산사, 옛 항구”…사천, 일상의 쉼표가 되는 해양 도시

문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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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흐린 날에 바다를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 예전엔 ‘쾌청한 날씨’가 여행의 조건이었지만, 지금은 우중충한 하늘 아래서 오히려 마음을 내려놓는다. 그만큼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풍경과 감정에 집중하는 여행이 사천에서 이어지고 있다.

 

경상남도 사천시는 남해 바다를 품은 도시다. 9월 17일, 기온 25.2도와 94%의 습도, 그리고 30% 비 예보가 만나는 이곳은 동남동풍마저 차분하게 불어, 바다와 산이 더욱 운치 있게 스며든다. SNS에는 “흐린 날의 사천이 더 멋지다”는 인증사진이 빈번하게 올라온다. 우산을 든 채 아라마루 아쿠아리움을 거니는 풍경, 백천사 주변을 자박자박 걷는 장면이 공감을 얻고 있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사천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사천

아라마루 아쿠아리움은 대표적인 해양 체험 공간이다. 넓고 쾌적한 관람 동선, 다양한 해양 생물, 유리벽을 따라 움직이는 빛과 물고기가 시각적 위로를 건넨다. 한 가족 방문객은 “굳이 먼 해외에 가지 않아도, 바다의 아름다움을 실감한다”며 소감을 남겼다.

 

백천사의 고즈넉함도 흐린 날엔 한층 깊어진다. 전통 양식의 전각과 안개에 잠긴 산야, 그 사이로 흘러드는 고요함에 많은 이들이 마음을 기대게 된다. 평소 숨가쁘던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걷는 사찰 경내는 “짧지만 마음이 정돈되는 시간”이라는 후기가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절에서 보내는 조용한 시간은 심신의 균형을 잡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대방진굴항은 조선시대의 역사적 정취가 깃든 항구다. 정비된 산책로, 석축, 그리고 군사 요충지였던 이야기까지 덧입혀진 곳이다. 관광객들은 “시간이 멈춘 듯한 풍경”, “복잡한 마음을 내려놓는 곳”이라 느꼈다.

 

댓글 반응도 다정하다. “흐린 날의 바닷길이 주는 감정, 생각보다 오래 간다”, “사천은 꼭 화창하지 않아도 좋다”는 글이 눈에 띈다. 잔잔한 에너지, 역사의 향기, 자연의 위로가 조용히 스며든다.

 

여행의 기준이 달라졌다. 날씨와 상관없이, 온전한 하루의 쉼과 자신만의 리듬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곳곳에 보인다. 사천에서의 시간은, 분주한 삶에 잠시 쉬어 가라는 신호처럼 다가온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문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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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아라마루아쿠아리움#대방진굴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