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코스피 0.61% 하락 마감…외국인 1조원대 매도에 AI 버블 논란 겹쳤다

조민석 기자
입력

19일 코스피가 인공지능 AI 버블 논란 재부각과 미국 경기 둔화 우려로 장중 2.5% 넘게 밀린 뒤 개인과 기관의 저가 매수 유입에 힘입어 0.61% 하락 마감했다. 위험회피 성향이 강해진 가운데에도 낙폭을 상당 부분 만회하면서 향후 글로벌 이벤트에 따른 변동성 확대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4.11포인트 0.61 떨어진 3,929.51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장 초반 13.02포인트 0.33 오른 3,966.64에서 출발했으나, 오전 9시 38분께 3,854.95까지 2.5 낮아지며 급락 장세를 연출했다. 이후 전날 3.32 급락에 따른 반발 매수세가 유입되며 한때 3,966.64까지 되돌리는 등 종일 높은 변동성이 이어졌다.

코스피 0.61% 하락 3,929.51 마감…외국인 1조원대 매도·AI 버블 논란 부담
코스피 0.61% 하락 3,929.51 마감…외국인 1조원대 매도·AI 버블 논란 부담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이 하락장을 주도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1조512억원 규모를 순매도했다. 반면 개인은 4,491억원, 기관은 6,255억원을 각각 순매수하며 지수 하단을 방어했다. 기관 가운데서는 금융투자가 4,605억원, 투신이 887억원 매수 우위를 기록해 저가 매수세를 주도했다.

 

파생상품 시장에서는 온도 차가 나타났다. 코스피200 선물시장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298억원, 71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개인은 1,228억원을 순매도했다. 선물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이 동반 매수에 나서며 현물 급락에 대한 방어 성격의 수요가 유입된 것으로 해석된다.

 

환율도 위험회피 심리를 반영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오후 3시 30분 기준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주간 거래 종가 기준 0.3원 오른 1,465.6원에 마감했다. 안전자산 선호가 커지며 원화가 소폭 약세를 보인 셈이다.

 

해외 증시 부진도 국내 투자심리에 부담을 키웠다. 18일 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1.07 떨어졌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 S&P 500 지수와 나스닥 종합지수는 각각 0.83, 1.21 내렸다. 다우지수와 S&P500 지수는 4거래일 연속, 나스닥은 2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글로벌 위험자산 선호 심리를 약화시키는 흐름을 이어갔다.

 

특히 억만장자 투자자 피터 틸을 비롯한 일부 기관투자가들이 엔비디아 보유 지분을 전량 매도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AI 버블 논란이 다시 커졌다. 여기에 미국 경기와 노동시장 둔화를 시사하는 지표가 잇따라 발표되며 안전자산 선호가 강화된 점도 국내 증시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국내에서는 반도체와 대형주를 중심으로 조정 압력이 컸다. SK하이닉스는 장중 한때 4.21 하락한 54만6천원까지 밀리며 엔비디아 관련 수혜주의 부담을 드러냈으나, 이후 낙폭을 줄여 1.40 내린 56만2천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는 장중 3.27 떨어진 9만4천6백원까지 내려갔다가 마감가는 1.33 하락한 9만6천5백원으로 낙폭을 축소했다.

 

그 밖에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에서는 HD현대중공업이 4.81 떨어졌고, 한화오션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각각 3.76, 1.74 하락했다. 두산에너빌리티와 LG에너지솔루션도 각각 1.33, 1.24 내리며 약세를 보였다. 반면 기아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전일과 같은 가격에서 보합 마감했고, 셀트리온은 0.71 상승 마감해 대형주 가운데 일부 방어적인 흐름을 나타냈다.

 

업종별로는 차별화가 뚜렷했다. 금속 업종이 1.97 오르며 가장 강한 상승률을 기록했고, 통신 1.53, 음식료·담배 1.33, 화학 0.83, 운송·창고 0.81, 비금속 0.52, 섬유·의류 0.49 등도 강세를 보였다. 반면 전기·가스 업종은 3.72 하락하며 약세를 나타냈고, 운송장비·부품 1.51, 전기·전자 1.20, 오락·문화 1.06, 기계·장비 0.58 등도 동반 하락했다.

 

증권가에서는 AI 성장주에 대한 기대가 이미 상당 부분 주가에 반영된 상황에서 엔비디아 실적 발표와 미국 통화정책 관련 이벤트를 앞두고 관망과 매도 심리가 동시에 커졌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경민 정해창 대신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코스피가 장 초반 3,900선을 하회했지만 기관의 저가 매수세 유입으로 하락 폭을 줄였다며 이날 장세를 평가했다.

 

두 연구원은 또 내일 새벽 예정된 엔비디아 실적 발표와 연방공개시장위원회 FOMC 회의록 공개를 앞두고 시장 전반에 위험회피 성향이 확산됐다고 분석했다. 특히 엔비디아의 실적 컨센서스가 이미 높은 수준으로 선반영된 데 따른 부담이 존재하고, 실적 호조가 확인되더라도 빅테크 기업들의 비용 부담 확대 우려가 제기되면서 최근 AI 관련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통화정책 불확실성도 변수로 지목된다. 두 연구원은 FOMC 의사록에서 12월 기준금리 경로를 둘러싼 연방준비제도 위원들 간 견해차가 드러날 가능성이 있어, 이에 따라 향후 금리 인하 시점과 속도를 둘러싼 시장의 기대가 조정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과정에서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재차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코스닥 시장도 코스피와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코스닥 지수는 전장 대비 7.38포인트 0.84 내린 871.32에 마감했다. 지수는 2.79포인트 0.32 오른 881.49에서 출발했으나, 장중 한때 2.78 하락한 854.23까지 밀렸다가 이후 저가 매수세 유입으로 낙폭을 줄였다.

 

수급을 보면 코스닥 시장에서는 개인과 기관이 각각 52억원, 784억원을 순매수했고, 외국인은 703억원을 순매도했다. AI와 바이오 관련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이익 실현 매물이 출회됐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시가총액 상위 코스닥 종목 가운데서는 펩트론이 7.21 오르며 강세를 보였고, 레인보우로보틱스와 에이비엘바이오도 각각 2.26, 1.98 상승했다. 반면 보로노이는 5.97 하락했고, 코오롱티슈진 5.28, 리가켐바이오 2.86, 에코프로 2.82, HLB 2.73 등은 약세를 기록했다.

 

거래대금은 양 시장 모두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은 14조5,542억원, 코스닥 시장 거래대금은 7조8,546억원으로 집계됐다.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의 프리마켓과 정규마켓을 합한 거래대금은 7조1,700억원이었다. 변동성이 확대된 가운데 활발한 매매가 이어진 셈이다.

 

시장에서는 단기적으로 엔비디아 실적과 FOMC 의사록이 위험자산 선호 회복 여부를 가를 분수령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향후 국내 증시 방향성은 미국 통화정책 경로와 함께 AI 성장주의 실적 모멘텀 지속 여부에 좌우될 전망이다.

조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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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엔비디아#ai버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