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진 24득점 폭발”…남자배구대표팀, 핀란드전 역전 꿈꿨지만→세계선수권 아쉬운 3패
필리핀 케손시티 체육관을 가르던 응원의 물결 속에서 남자 배구대표팀은 마지막 순간까지 코트를 지키며 짙은 아쉬움을 남겼다. 승부의 추가 두 번이나 오가던 4세트, 신호진의 묵직한 스파이크가 잠시 분위기를 돌려놨지만, 끝내 역전의 불씨는 이어지지 않았다. 한국 남자 배구대표팀은 세계선수권대회 C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핀란드에 1-3으로 패하며 세 경기 모두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이번 무대는 대표팀이 11년 만에 세계선수권에 복귀한 특별한 시간이기도 했다. 앞서 프랑스, 아르헨티나와의 조별리그에서 각각 0-3, 1-3으로 패하며 실낱같은 16강 진출 희망을 초반에 접어야 했다. 각 조 상위 두 팀만 16강에 오를 수 있는 구도에서 마지막 경기까지 승점을 얻지 못한 점은 선수들에게도, 팬들에게도 뼈아픈 기록이 됐다.

경기 흐름은 긴장감 속에 요동쳤다. 1세트 초반부터 핀란드는 파상공세를 펼쳤고, 대표팀은 18-25로 첫 세트를 내줬다. 2세트는 팽팽한 집중력이 반복됐으나 결정적 순간 눌리지 못하며 23-25로 세트를 내리 내줬다. 3세트에서 비로소 대표팀은 살아났다. 신호진이 날카로운 대각 공격과 블로킹 돌파를 이어가며 팀 분위기에 불을 붙였다. 결정적인 순간마다 득점에 성공한 신호진의 활약으로 한국은 이 세트에서 25-17로 상대를 압도했다.
4세트 역시 점수차가 크게 벌어지지 않았다. 신호진, 정한용, 임성진 등 주축들이 집요하게 추격하며 17-14까지 앞섰으나, 이후 잦은 실수와 리시브 불안이 겹치며 21-25로 아쉽게 무릎을 꿇었다. 이 과정에서 정한용의 공격이 라인을 벗어나고 임성진의 서브 범실까지 이어지며 분위기가 급격히 기울었다.
스코어보드에 남은 숫자보다, 선수들의 땀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눈빛이 현장을 지켰다. 신호진이 팀 최다 24득점, 정한용 16점, 임성진이 13점을 기록하며 마지막까지 분전했다. 조별리그에서 3연패, 승점 없이 대회를 마감했지만, 선수들은 새로운 무대에서 귀중한 경험을 쌓았다.
이제 대표팀은 귀국을 앞두고 있다. C조에서는 아르헨티나, 프랑스, 핀란드가 16강 진출권을 두고 마지막까지 치열한 각축을 펼치고 있다. 핀란드는 2승 1패로 승점 6, 아르헨티나는 2승 승점 5, 프랑스는 1승 1패로 승점 4를 기록 중이며, 한국은 아쉽게 조 최하위에 자리했다.
패배의 여운이 길게 남았던 경기장이었지만, 선수들의 표정엔 언젠가 다시 환호로 돌아올 그날을 기다리는 기대감도 어렸다. 팬들의 아낌없는 박수와 격려 속에서, 남자 배구대표팀이 써내려 간 세계무대의 기록은 오래도록 남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