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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 협상 긴장 속 S&P500 최고점 경신”…뉴욕증시, 산업지형 급변→글로벌 변동성 증폭
국제

“미·중 무역 협상 긴장 속 S&P500 최고점 경신”…뉴욕증시, 산업지형 급변→글로벌 변동성 증폭

배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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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늘한 초여름 저녁, 뉴욕 월가의 시계탑이 뱅크 모양의 중후한 침묵을 뚫고 조용히 울린다. 6월의 금융가는 언제나 긴장과 희망, 그리고 불안이 얽혀 흐른다. 9일 오전, 뉴욕증시는 냉정한 혼조 속에 자신의 길을 모색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0.12% 내리며 소폭 뒷걸음쳤으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6,000선을 밟으며 장중 최고치를 새로 썼다. 나스닥지수 또한 청명한 하늘 아래 0.10%의 상승을 이어갔다.

 

세계 시장을 울리는 파장은 이날 런던에서 새벽의 첫 설전처럼 시작된 미국·중국 2차 고위급 무역협상에 이끌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두 거인의 통화와 뒤이은 만남은 산업 소재와 첨단기술, 무역장벽의 운명을 결정하는 중대한 서막이 됐다. 협상장에서 오가는 한마디 한마디가 월가의 전광판을 흔들며, 매매 버튼을 누르는 이들의 손끝에까지 미묘하게 닿았다. 투자자들은 새로운 타협과 갈등 사이에서 예민하게 각국의 입김을 가늠했다.

뉴욕증시 혼조 출발…다우 0.12%↓·S&P500 최고치 경신, 미·중 무역협상 주목
뉴욕증시 혼조 출발…다우 0.12%↓·S&P500 최고치 경신, 미·중 무역협상 주목

이날 시장의 중심에는 경기순환주의 강세가 자리 잡았다. 소재, 통신서비스, 에너지와 기술이 서서히 오름세를 부추겼고, S&P500지수는 지난 3개월간의 침묵을 깨며 신기록을 세웠다. 미국 경제의 회복에 대한 신뢰, 그리고 무역 분쟁의 실마리를 엿보는 기대감이 동시에 투영된 결과였다. 그러나 부동산과 필수소비재, 유틸리티 부문은 차가운 역풍에 움츠렸다. 산업의 빛과 그림자가 교차했다.

 

글로벌 기업 움직임도 이날 시장의 다이내믹을 더욱 고조시켰다. 워너 브라더스 디스커버리는 자사 글로벌 네트워크, 스트리밍, 스튜디오 부문을 분할해 두 개의 상장사로 나누겠다는 결정을 내렸고, 이 소식에 주가는 10% 이상 튀어 올랐다. 미국 양자컴퓨팅 선두주자인 아이온큐는 영국 옥스퍼드아이오닉스 인수를 발표하며 4%가량 올랐다. 반면 통신사 에코스타는 '챕터11' 파산보호 검토 소식으로 9%의 하락을 감내해야 했다.

 

스트래터거스 리서치의 크리스 베론 수석 시장전략가는 “경기순환주 강세는 미국 경제가 대체로 양호하다는 투자자 해석과 맞닿아 있다”고 진단했다. 긍정 신호의 실루엣이 짙어지는가 싶지만, 시장은 여전히 불확실성을 저울질한다.

 

유럽 주요 증시는 그늘에서 맴돈다. 유로스톡스50지수는 0.34%, 독일 DAX는 0.59%, 영국 FTSE는 0.26%, 프랑스 CAC40은 0.24% 각각 하락하며 잔잔한 파문을 남겼다. 긴장된 미·중 협상 여파와 고조된 금리·인플레이션 상황이 대서양을 건너 유럽 금융시장의 눈빛까지 흐리게 했다.

 

국제 유가도 조용히 제 길을 올랐다. 7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는 배럴당 64.67달러, 브렌트유 8월물은 66.60달러를 기록하며 3거래일 연속 상승을 이어갔다. 원유시장 역시 지정학적 변수와 글로벌 경기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물살을 탄다.

 

이제 시장은 다시 애플의 2025 세계개발자회의(WWDC),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생산자물가지수(PPI) 등 굵직한 변수들을 마주한다. 국내외 투자자들은 미·중 무역 협상장의 섬세한 손짓, 또 주요 경제지표 아래에 숨겨진 미묘한 온도차를 헤아리며 한 치 앞을 내다본다. 월가의 밤공기는 오늘도 긴장과 희망, 위기와 기회의 대비 속에 천천히, 그러나 묵직하게 흐르고 있다.

배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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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시#미중무역협상#s&p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