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태·카이·신성록, 한복의 미학으로 시공간을 잇다”…‘한복 입은 남자’ 운명적 격돌→궁극의 초연 긴장 고조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의 새로운 물결이 거장 박은태의 눈빛과 카이, 신성록의 강렬한 숨결로 채워졌다. 뮤지컬 ‘한복 입은 남자’는 각기 다른 시대와 공간에서 길을 찾는 인물들의 복잡다단한 운명을 무대 위에 섬세하게 그려냈다. 전율이 감도는 초연의 서막이 차분히 올라오며, 배우들의 눈동자에서 묻어난 결의와 설렘은 관객의 마음을 오래도록 붙든다.

뮤지컬 ‘한복 입은 남자’는 조선의 천재 과학자 장영실이 신분의 한계를 넘어 꿈을 좇는 과정을 현대 학자들이 추적하는 구조로 펼쳐진다. 1막은 경복궁 근정전의 웅장함을 배경으로 조선을, 2막은 유럽 르네상스의 화려함을 담으며 시공간을 자유롭게 넘나든다. 이 과정에서 한국 사극 특유의 미학과 유럽 서사의 장엄함이 한 편의 그림처럼 맞물려, 전혀 다른 두 세계가 한 무대에 펼쳐지는 강렬한 대비와 조화를 선사한다.

이번 공연에는 박은태, 전동석, 고은성이 영실 그리고 현대 학자 강배 역에 나서 각자의 색으로 인물을 입체적으로 완성한다. 특히 한복을 입고 이탈리아 무대에 선 영실의 모습은 공개된 캐릭터 사진에서 단연 시선을 사로잡는다. 밤하늘 별을 꿈꾸는 영실의 처연함과 책에 몰두한 강배의 고독이 교차하며, 운명적 여정의 깊이를 더한다. 박은태는 그간의 뮤지컬 경력에서 증명된 성량과 내면연기로 캐릭터의 복합적 정서를 설득력 있게 일궈낸다. 전동석은 폭발적인 무대 장악력으로, 고은성은 감각적인 캐릭터 해석으로 영실과 강배의 양면성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다.

또한 카이, 신성록, 이규형은 세종과 방송국 PD 진석 역으로 관객과 조우한다. 곤룡포를 입은 세종의 위엄과 진실을 좇는 진석의 날카로운 신념을 오가며, 두 인물의 극명한 내면적 대비를 한 호흡에 담아냈다. 카이는 풍부한 표현력으로 무대를 주도하며, 신성록은 다채로운 감정의 결을 드러내 보는 이의 몰입을 유도한다. 이규형은 각기 다른 인물의 빛과 그림자를 섬세하게 그린다.

여기에 민영기, 최민철이 정화대장과 마교수로 극의 중심에 무게를 더하고, 김주호, 김대호, 이지수, 최지혜, 윤선용, 박형규, 손의완, 김연준이 다양한 조연으로 무대를 빈틈없이 채운다. 총괄 프로듀서는 엄홍현이 맡아 전체 틀을 잡았으며, 권은아가 극작·작사·연출을 담당해 섬세하면서도 강인한 미학을 이끈다. 작곡가 이성준은 동서양을 넘나드는 선율과 드라마틱한 감정선을 극대화했으며, 서숙진이 무대디자인을 책임져 한복과 서양 양식의 조우가 시각적으로 극대화됐다.

뮤지컬의 현장에는 대한민국 창작 뮤지컬의 경계와 충무아트센터 개관 20주년이라는 상징이 만나는 뜻깊은 울림도 더해진다. 작품은 12월 2일,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관객과 첫 만남을 갖는다. 1차 티켓은 9월 말 오픈 예정이며, 올해 하반기 한국 뮤지컬계의 최대 기대작으로 손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