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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미군기지 정밀 미사일 세례”…트럼프, 확전 대신 유화 제스처→중동 긴장완화 신호탄?
국제

“이란 미군기지 정밀 미사일 세례”…트럼프, 확전 대신 유화 제스처→중동 긴장완화 신호탄?

조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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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밤의 카타르 도하, 불현듯 어둠을 가르며 울부짖듯 미사일 경보가 들려왔다. 하늘은 번쩍이는 섬광과 요란한 폭발음으로 진동했고, 먼지 낀 공기 속엔 고요와 긴장, 분노와 두려움이 엇갈려 흔들렸다. 이란은 마침내 자국 핵시설을 겨눈 미국의 공습에 응답했고, 복수의 미사일이 카타르와 이라크에 주둔한 미군기지로 날아들었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중동에서 가장 큰 미군 전략시설인 카타르 알우데이드 공군기지를 중심으로 미사일 타격을 감행했다. 로이터 통신은 도하 상공에서 터진 복수의 폭발음을 전했고, 다양한 외신들이 “총 14발의 미사일이 발사됐다”는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의 발표를 보도했다. 이란은 사용된 미사일 숫자가 전날 자국 핵시설을 강타한 미군 항공기의 폭탄 투하 수와 같음을 강조하고, “승리의 약속” “승리의 전령”이라 명명하며 민족적 승리를 노래했다.

요격된 미사일 잔해 / 연합뉴스
요격된 미사일 잔해 / 연합뉴스

미국은 즉각 국방부를 통해 “사상자는 없다”고 진화책을 펼쳤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대부분의 미사일이 격추돼 피해는 거의 없었다”며 긴장 고조 대신 확전 자제의 뜻을 내비쳤다. 이번 공격 과정에서 이란이 미리 미국과 카타르에 공지한 정황이 드러나, ‘약속된 대결’이라는 평가도 따라붙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명 피해 최소화에 사전 정보 공유가 큰 역할을 했다”며 이례적으로 사의를 표시했고, “이제는 증오가 끝나길 바란다”고 덧붙이며 평화의 실마리를 내비쳤다.

 

테헤란 시민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와 보복의 기쁨을 노래했고, 이란 내 최고지도자 하메네이가 “우리는 누구에게도 굴복하지 않는다”며 강경한 태도를 밝혔다. 이란 외무장관 압바스 아락치는 “미국의 공격은 이스라엘의 나약함과 절박함을 드러낸 것”이라면서도, “추가 충돌은 바라지 않는다”고 긴장완화의 여운을 남겼다. 

 

중동 각국 정부의 반응은 신속하고도 날카로웠다. 카타르는 “직접적 위협에 대해 적극 방어 의지”를 표명했으며, 사우디아라비아도 “형제국 공격은 용납할 수 없다”며 양국 모두 안보 태세를 강화했다. 이집트, 요르단 등 지역 우방은 우려의 목소리와 함께 협상 테이블 복귀를 촉구했고, 쿠웨이트와 바레인 등 인접국은 자국 영공을 임시 폐쇄하며 위기대응에 나섰다.

 

한편, 국제사회는 긴 여운과 함께 숨을 죽인 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이란의 이번 행동은 미국의 군사 공격에 ‘대등한 수위’로 맞선 셈이나, 사전에 상대국에 계획을 알리고 피해를 최소화하려 한 점에서 중동 지역 대치가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고조된 감정의 파도와 각국 간 첨예한 이해관계가 맞물린 만큼, 앞으로의 국면 전환 역시 예단하기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선이다.

 

겁에 찬 하늘을 날아 누더기가 돼버린 미사일 잔해는, 잠시나마 평화의 갈피를 만지작거리는 중동의 오늘을 말없이 증언하고 있다.

조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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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트럼프#카타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