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영, 네 얼굴이 된 고독의 밤”…미지의 서울 1인 4역→완주 후 남은 상처와 빛
스산하게 흘러간 드라마의 엔딩 크레딧에는 박보영의 담담한 미소가 오랫동안 남아 맴돌았다. tvN ‘미지의 서울’에서 박보영이 쌍둥이 자매와 그들의 운명을 뒤바꿔 살아내는 1인 4역에 완주한 순간, 시청자들은 한 배우의 성장을 넘어선 인간의 치열한 내면을 목격했다. 캐릭터 유미지와 유미래, 그리고 서로를 연기해야 하는 중첩된 퍼즐 속, 박보영은 기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얼굴로 화면을 가득 메웠다.
작품의 서사는 늘 따뜻하게 흘렀지만, 박보영이 겪은 내면의 고통과 흔들림은 문득 깊은 여운을 남겼다. 박보영은 “대본이 너무 좋아 도전했지만, 막상 1인 2역을 넘어 4개의 심리에 몰입하는 건 생각 이상의 에너지 소진이었다”며 촬영 내내 몰입과 쉼 사이의 경계에서 치열했다는 후일담을 전했다. 쌍둥이 자매의 감정부터 그들이 서로를 연기하는 복잡한 톤, 미묘한 내면의 차이까지 그는 섬세한 감정 분할로 극을 이끌었다.

‘미지의 서울’은 첫 회 3.6%에서 최종회 8.4%까지 시청률 상승 곡선을 그렸고, 박보영의 계보를 다시 썼다. 배우, 작가, 연출이 만들어낸 탄탄한 일상과 공감의 결, 그리고 완성도 높은 메시지 위에는 박보영만이 소화할 수 있는 감정의 진폭이 촘촘히 새겨졌다. 박보영은 “촬영 막바지 지칠 때마다 팬들이 보내준 편지를 힘 삼았다”고 했고, “누구든 힘든 순간 자신을 북돋운 기억을 떠올린 적 있을 것”이라 고백했다.
무엇보다 한계 너머를 넘어선 도전에 대해 “처음엔 계획 없었다”며 웃은 그는, “감독과 작가의 신뢰 덕분에 미세하게 다른 인물의 색을 잡을 수 있었다. 촬영 중엔 감정 소모가 커 도망치고 싶을 만큼 힘들었지만, 작품이 완성돼 감사하다”고 토로했다. 성장과 상처의 경계에서 지속적으로 자신을 밀어붙인 시간은 박보영을 한층 깊은 배우로 남게 했다.
차기작으로는 디즈니+ ‘골드랜드’ 출연을 앞둔 박보영. 새로운 캐릭터와 또 다른 세계관에서 욕망과 배신이 교차하는 이야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뽀블리’라는 별명을 넘어, 이제는 예측 불가한 변신을 거듭하는 박보영의 다음 20년이 더욱 기대를 모은다. 한편 ‘미지의 서울’은 배우들의 열연과 재치있는 대사, 공감가는 메시지로 이미 회자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