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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조 기초연구사업 푼다”…과기정통부, 신규과제 대폭 확대 선언

전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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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연구 투자 확대가 IT·바이오 산업 등 국가 혁신 생태계의 근간을 재구축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2일 기초연구사업 추진위원회에서 2024년 기초연구사업 시행계획을 확정했다. 총 2조7362억원 규모, 지원 과제수 1만5900여개에 달하는 역대 최대 예산안이며, 이날부터 내년도 1차 신규 과제 공모에 들어갔다. 업계는 정부의 이번 결정이 “연구 생태계 복원 경쟁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계획의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예산과 지원 대상을 모두 대폭 확대한 점이다. 내년 사업 예산은 전년 대비 17.1% 늘었고, 지원 과제수는 28.2% 증가했다. 특히 신규 과제수가 7000여개로 86.2% 급증해, 보다 많은 연구자에게 참여 기회가 열렸다. 생애기본연구사업은 총 1150억원 규모로 복원돼 약 2000건 이상의 신규과제를 지원한다. 이는 2023년 대비 지원 인원과 연구비가 크게 확대된 것이다.

기술 및 연구 방식에 있어서도 변화가 두드러진다. 단기 지원 중심이던 기존 구조에서 벗어나, 연구 기간을 3~5년까지 늘렸다. 기본연구와 핵심연구 유형A의 경우 최대 5년, 신진연구 유형A도 최대 3년까지 가능하다. 도전적 목표의 후속 연구비도 최대 2회까지 추가된다. 아울러 해외 우수 연구 인력을 유치하고 국내에 정착할 수 있도록 ‘복귀·유치’ 트랙이 신설되며, 외국 연구자에게도 신진연구자 인프라 지원이 확대된다.

 

리더급 연구자 지원도 강화된다. 리더연구 내에 연 16억원 내외를 지원하는 ‘탑티어’ 신규 유형이 도입되며, 센터급 연구비 역시 이학 18억원, 공학 22억원으로 증액됐다. 평가제도 측면에서는 신규과제부터 단계평가 주기를 5년으로 확대해, 연구자들이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리더연구의 단계평가도 연 2회에서 1회(5+4년)로 줄고,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유형에서 평가가 폐지된다.

 

글로벌 경쟁 측면에서 이번 전략은 선진국 수준의 장기 추적연구, 기초과학 지원 체계와도 보조를 맞추는 흐름으로 해석된다. 미국·일본·영국 등에서는 이미 독립성 높은 과제 심사, 우수 연구자 중심 장기지원 체계를 강화해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국내 연구 현장 전문가들 역시 “기초과학 재정비가 첨단 IT·바이오 영역의 혁신 파급원”이라며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제도 개편과 관련해 정보통신기술(ICT)·바이오 융합 등 대형 프로젝트에서의 장기 모니터링과 성과 확산이 가능토록 단계평가도 완화됐다. 동시에 연구자 중심 평가시스템 개선, 해외연구자 정착지원 등 선진화 방향이 반영됐다. 윤리·행정 규정 변화, 개인정보 및 연구데이터 보호 등도 향후 디지털 헬스케어, 신약개발 등 실질적 현장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구혁채 과기정통부 1차관은 “이번 기초연구사업은 자율과 창의의 토양에서 불안 없이 장기·안정적으로 연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며 “예산 삭감으로 훼손된 생태계가 복원되고, 양적 성장만이 아닌 질적 도약의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산업계는 대형 기초연구사업이 실제 시장과 현장 혁신으로 연결될지 주시하고 있다.

전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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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정통부#기초연구사업#구혁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