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예금 1조달러 이탈 전망”…스테이블코인 급팽창에 금융 지형 흔들
현지 시각 10월 6일, 영국(United Kingdom) 런던에서 스탠다드차타드(Standard Chartered) 은행이 “2028년까지 신흥국 은행 예금 1조달러가 스테이블코인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이번 전망은 신흥국 금융시장에 충격을 예고하며, 각국 정책당국은 접점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과 같은 디지털 자산이 신흥국 전통 은행 시스템에 미치는 구조적 영향이 새롭게 부상하는 가운데, 관련국과 국제금융계의 반응이 주목된다.
스탠다드차타드 글로벌리서치 부서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스테이블코인 도입 확산이 결제 네트워크와 주요 은행 기능의 일부를 비은행 부문으로 이동시킬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신흥국에서의 파급력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평가다. 보고서는 “스테이블코인 사용자는 사실상 달러 기반 계좌에 접근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누린다”며 “선진국보다 신흥국에서 스테이블코인 보유가 더 광범위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스테이블코인이 저축의 새로운 수단이 되면서, 앞으로 3년 내 1조달러가 신흥국 은행 시스템에서 이탈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스테이블코인은 미국(USA) 달러 등 실물 자산에 연동돼 가치를 유지하는 디지털 화폐다. 미국의 GENIUS법(Guaranteed Electronic Network for Institutional US Stablecoins) 등으로 100% 달러 담보가 규정돼 있어, 현지 은행 예금 대비 신용위험이 낮다는 점이 부각된다. 신흥국 입장에서는 24시간 접근 가능한 디지털 달러 계좌가 생긴 셈이어서, 고인플레이션·외환위기·송금의존 국가에서 ‘디파짓 플라이트(deposit flight)’ 위험이 매우 커졌다.
특히 베네수엘라에서는 연 200~300%의 인플레이션 속에 국민 다수가 거래와 자산 보전에 테더(USDT) 등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한다.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 2024년 자료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의 연간 암호화폐 사용량은 110% 증가했고, 전체 해외 송금의 9%가 암호화폐를 통해 이뤄졌다. 현지 상점들이 ‘바이낸스 달러’(USDT)로 일상 결제에 나서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이 같은 현상은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 남미 다수 신흥국으로 번지고 있다. 파이어블록스(Fireblocks)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암호화폐 거래 중 60%가 스테이블코인으로 이루어진다고 분석했다. 거센 인플레이션 회피 수요와 기업의 가격안정화 요구가 복합 작용 중이다.
각국 정부와 금융당국의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현지 통화정책의 자율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비판과 함께, 일부에서는 금융포용성 확대·자본 접근성 개선 등 긍정적 측면도 함께 언급된다.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는 “스테이블코인 확산이 신흥국 통화주권 약화의 신호이자, 글로벌 자본 흐름의 변곡점”이라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신흥국 자금 이탈 가속과 기존 은행권 영향, 그리고 제도권 금융과의 경계가 향후 국제 금융질서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각국 정부가 스테이블코인 규제 강화에 나설지, 아니면 제도권 금융 편입을 추진할지가 향후 글로벌 자본 시장의 핵심 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제사회는 이번 현상이 금융 시스템의 구조적 재편으로 이어질지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