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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뽑아 희망을 긋는다”…로또 1등 26억원, 그 뒤엔 누적의 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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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뽑아 희망을 긋는다”…로또 1등 26억원, 그 뒤엔 누적의 꿈이 있다

서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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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로또 추첨 방송을 챙겨보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당첨번호를 메모지에 적어두고, 내 번호와 맞춰보는 그 짧은 순간의 설렘이 일상이 됐다. ‘혹시 이번엔?’ 하는 기대와 숫자를 응시하는 긴장, 그리고 당첨자 소식에 휘몰아치는 희비가 토요일 밤의 풍경이 돼버렸다.

 

이번 8월 30일에 추첨된 제1187회 로또 6/45의 1등 당첨번호는 5, 13, 26, 29, 37, 40번이었다. 보너스 번호는 42번. 6개 번호를 모두 맞힌 1등 당첨자는 11명으로 집계됐다. 각자 26억 1,938만원을 받는다. 하지만 3억원을 초과하는 거액의 경우 33%의 세금이 빠지기 때문에, 실제로는 8억 6,439만원이 세금으로 공제되고 실수령액은 17억 5,498만원에 그친다. 숫자 하나가 바꾸는 인생의 무게와, 로또 한 장에 담긴 소박한 희망이 겹쳐진다.

제1187회 로또당첨번호
제1187회 로또당첨번호

이 현상은 데이터로도 드러난다. 이번 1187회차 로또의 총판매금액은 1,176억 5,084만 7,000원에 달했다. 2등(79명)은 각각 6,078만원을 받았고, 3등(3,147명)은 152만원씩, 4등(152,448명)은 5만원, 5등(2,557,090명)은 5천원의 당첨금이 지급됐다. 3억원 이하 당첨금에는 22%의 세금이 부과돼 실제 수령액은 당첨금보다 줄어든다. 당첨금과 세금, 그리고 꽉 찬 주말마다 반복되는 추첨이 일상의 리듬 속으로 녹아들었다.

 

“이젠 습관처럼 산다. 기대하진 않으면서도 한 장이라도 사놓지 않으면 허전하다.” 한 로또 구매자는 이렇게 고백했다. 커뮤니티에서는 ‘오늘도 5천원 받았다’는 소소한 인증이 공식처럼 올라오고, 1등 당첨자 발표 후엔 “축하와 부러움, 현실의 씁쓸함이 동시에 밀려온다”는 댓글이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이런 복권 열풍의 본질을 ‘작은 희망의 일상화’라고 표현한다. 경제적 현실이 팍팍할수록, 누구나 인생 역전의 작은 가능성에 마음을 내맡긴다. 실제로 누적 통계상 지금까지 1등 당첨자는 9,789명을 넘어섰고, 누적 1등 당첨금만 19조원이 넘는다. 가장 많았던 당첨번호는 34번(203회), 13번(200회) 등으로 집계되며, 당첨에 집착하는 방식보다 ‘숫자를 고르는 재미’에 집중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미출현 번호, 최다 당첨번호를 분석하고, 내 전략을 짜보는 것도 또 다른 소확행이 되고 있다.

 

이제 로또는 단순한 복권을 넘어, 잠깐이나마 더 나은 내일을 머릿속에 그려보는 심리적 루틴이다. 매주 반복되는 추첨과 적중의 아쉬움, 당첨자가 쏟아지는 이 소식은 커다랗지 않은 꿈조차 소중히 보듬는 우리 시대의 또 다른 위안인지도 모른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서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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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동행복권#로또당첨번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