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네이버 4.6퍼센트 급락…두나무 편입·20조 메가핀테크에도 차익매물 출회

신유리 기자
입력

네이버가 두나무를 계열사로 편입해 기업가치 20조원 규모의 메가 핀테크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지만, 27일 주가는 4퍼센트 넘게 하락했다. 호재가 이미 상당 부분 주가에 반영됐다는 인식 속에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진 데다, 업비트 해킹 악재까지 겹치며 투자심리가 위축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네이버의 중장기 성장성은 강화되지만 단기 변동성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에 따르면 27일 네이버는 전 거래일보다 1만2천원, 4.55퍼센트 내린 25만1천500원에 마감했다. 장 초반 25만9천500원, 전일 대비 1.52퍼센트 하락으로 출발한 뒤 개장 직후 26만1천500원까지 낙폭을 일부 줄였으나, 장 마감 직전 25만500원까지 밀리며 하락 폭을 키웠다. 종가 기준 낙폭은 4퍼센트대 중반을 기록했다.

‘네이버’ 4.6% 급락…두나무 편입·20조원 메가핀테크 발표에도 약세
‘네이버’ 4.6% 급락…두나무 편입·20조원 메가핀테크 발표에도 약세

전날 네이버와 네이버파이낸셜, 두나무는 각각 이사회를 열고 포괄적 주식 교환을 통해 두나무를 네이버 계열사로 편입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주식 교환 비율은 양사 기업가치와 발행주식 수를 반영해 네이버파이낸셜 대 두나무를 1 대 2.54로 책정했다. 두나무 1주당 네이버파이낸셜 2.54주를 받는 구조로, 거래가 완료되면 두나무는 네이버파이낸셜 산하로 들어가 네이버 그룹의 핀테크 축을 담당하게 된다.

 

이번 결합으로 기업가치 5조원 규모로 평가된 네이버파이낸셜과 15조원 수준으로 평가된 두나무가 합쳐지면서 총 20조원가량의 대형 메가 핀테크 플랫폼이 출범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 국내 1위 빅테크 플랫폼과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운영사가 손을 잡으면서, 국내외 핀테크 업계에서는 결합 이후 신규 금융 서비스와 글로벌 확장 전략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하지만 주식시장은 당장 차익 실현에 더 무게를 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두나무 편입과 금융사업 성장 스토리가 올 들어 네이버 주가에 상당 부분 선반영됐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대형 호재 발표 이후 단기 재료 소멸 인식까지 겹치면서 셀온, 고점 매도 수요가 강하게 출회된 것으로 증권가는 진단하고 있다.

 

투자심리를 더욱 위축시킨 요인은 보안 악재였다. 네이버의 금융 계열사로 편입될 두나무가 운영하는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서 이날 약 540억원 규모 해킹 사고가 발생하며 가상자산 입출금 서비스가 일시 중단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가상자산 인프라에 대한 보안 우려가 부각되면서 향후 규제 부담과 잠재 손실 가능성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럼에도 중장기 성장성 측면에서 두 회사 결합의 의미를 높게 보는 시각은 우세하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네이버가 주식 교환 절차가 마무리된 네이버파이낸셜의 1, 2대 주주 의결권을 확보해 네이버파이낸셜을 연결종속법인으로 계속 유지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과정이 완료되는 2027년 이후 네이버의 연결 기준 영업이익 규모가 4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안 연구원은 또 네이버가 포시마크, 왈라팝 등 과거 인수합병에서 성장성 스토리에 대한 투자자 공감대를 충분히 이끌어내지 못했지만, 이번 네이버파이낸셜·두나무 통합은 시장이 인정할 만한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평가될 여지가 크다고 분석했다. 가상자산과 스테이블 코인을 기반으로 한 신사업이 기존 광고, 커머스, 콘텐츠 중심 수익 구조에 핀테크 성장 축을 추가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특히 스테이블 코인 시장의 성장 잠재력에 대한 기대가 상당하다며, 두 회사가 결합하면 해당 시장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네이버의 플랫폼과 인공지능 기술, 두나무의 가상자산 운용·거래 노하우를 결합할 경우 새로운 디지털 금융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원도 두나무의 위상을 높이 평가했다. 서 연구원은 두나무가 국내 1호 가상자산 사업자로, 거래소 규모 기준 국내 1위이자 글로벌 상위 4위 수준에 해당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네이버와 두나무의 결합이 양사의 인공지능 기술 경쟁력 강화와 맞물리면서 디지털 금융 산업에서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에서도 성장 동력을 확보할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서 연구원은 합병 후 신규 법인의 상장 가능성과 시기, 구체적 성장 전략, 연결 편입 여부 등에 따라 네이버 주주들이 기존 네이버와 합병으로 탄생할 법인의 투자 매력을 비교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밸류에이션 재평가와 지배구조 변화에 대한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여부도 향후 변수로 지목된다. 합병에 반대하는 두 회사의 기존 주주는 내년 5월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각 회사별 매수청구권 규모가 1조2천억원을 초과할 경우 계약이 협의를 통해 재조정되거나 해제될 수 있는 구조다. 금융시장에서는 주가 흐름과 투자자 반응에 따라 실제 청구권 규모가 어느 수준일지 주시하고 있다.

 

네이버와 두나무는 이날 오전 경기 성남 네이버 제2사옥 네이버 1784에서 공동 기자간담회를 열고 향후 5년간 10조원을 투입해 글로벌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인공지능 기반 개인화 금융 서비스, 글로벌 결제 네트워크, 가상자산·스테이블 코인 연계 서비스 등이 중장기 전략의 축으로 거론된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간담회에서 일각에서 제기되는 네이버파이낸셜의 미국 나스닥 상장 추진설에 대해 정해진 것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네이버와 네이버파이낸셜의 합병설에 대해서도 검토 가능성이 작다고 답하며, 현재로서는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 결합을 통한 핀테크 성장 전략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주식시장은 당분간 네이버의 단기 실적보다는 두나무 편입 이후 성장 전략의 구체화 수준, 업비트 보안 이슈에 대한 신속한 대응, 규제 환경 변화에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정책·규제 방향과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 흐름에 따라 네이버의 핀테크 가치 재평가 속도도 달라질 전망이다.

신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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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네이버파이낸셜#두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