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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숲길과 곤충 체험”…포근한 가을날, 광주에서 만난 문화의 얼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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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숲길과 곤충 체험”…포근한 가을날, 광주에서 만난 문화의 얼굴들

허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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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특별한 계획 없이도 가까운 곳에서 자연과 문화를 즐기는 이들이 많아졌다. 잠시 걷거나 어딘가 들르는 것만으로도 계절을 느끼며 근심을 덜 수 있어서다. 광주광역시에서는 흐리고 포근한 9월, 다양한 체험과 산책이 일상이 됐다.

 

광주는 호남의 중심 도시답게 자연과 역사가 곳곳에 녹아 있다. 북구의 실내 동물원 ‘광주벅스랜드’에서는 곤충과 파충류, 작은 동물들을 가까이 관찰하고 만져볼 수 있다. 아이들과 부모가 함께 해설사의 설명에 귀 기울이고, 트릭아트 포토존에서 포즈를 취하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SNS에 올라온다. 조만간 목걸이 만들기 등 새로운 체험 프로그램도 추가될 예정이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광주광역시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광주광역시

도심에서 멀지 않은 남구의 광주시립수목원은 쓰임을 마친 매립장을 생태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사계절 초록과 꽃 사이를 걷거나 식물표본을 들여다보는 경험은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에게도 조용한 위로가 된다. 그러다 보니 회색 도심 한복판에 작은 숲길을 찾아 일부러 발길을 옮기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런 흐름은 숫자로도 확인된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 통계에 따르면 실내 동물 체험장과 도심 수목원 등 참여형 문화여행객이 꾸준히 늘고 있으며, 30~40대 가족 단위 방문이 전체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 모두 ‘머무는 여행’에서 ‘경험하는 일상’으로 발길이 바뀌고 있다는 뜻이다.

 

전통문화를 좇아 동구 증심사에 들르는 사람도 많다. 약사불전과 오백전을 거닐고, 보물로 지정된 철조비로자나불좌상 앞에 오랜 시간을 머문다. 번잡한 마음을 내려놓고 직접 산사 숙박을 체험하는 템플스테이 역시 요즘 인기다. 한 참가자는 “종소리와 바람 사이에서 잠시 나를 돌아봤다”고 표현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아이들과 산책하며 곤충을 만질 수 있어 신기했다”, “사찰 책상에 앉아 있자니 마음이 차분해졌다” 등, 작고 평범한 경험에서 위안을 찾았다는 목소리가 많다.

 

여행 칼럼니스트 윤지연 씨는 “삶에 지칠수록 가까운 자연과 문화공간이 필요한 것 같다”며 “도심에서 누리는 느린 산책의 본질은 ‘지금 여기서 숨을 고르는 연습’에 있다”고 전했다.

 

작고 사소해 보이는 하루의 휴식이지만, 이 작은 마음들이 쌓여 내일의 일상이 달라진다. 지금 이 변화는 누구나 겪고 있는 ‘나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허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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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광주벅스랜드#증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