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3,100선 3년 9개월 만에 돌파”…외국인·기관 매수력 결집→대형주 중심 질주
6월의 증시는 중동 지역의 위기 완화 기류 속에서 한 편의 장대한 서사처럼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 코스피는 24일 오후, 3,100선을 장중 돌파하며 3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다시 썼다. 상승세의 시발점은 오전 장 초반부터 감지됐다. 전장 대비 46.67포인트 오른 3,061.14로 숨 가쁘게 출발한 뒤, 이내 외국인과 기관의 거센 매수세가 겹겹이 쌓이며 지수는 3,100선 위로 덧칠됐다.
이날 오후 12시 32분 무렵 코스피는 전일 대비 85.97포인트, 상승률로는 2.85% 오른 3,100.19를 기록했다. 2021년 9월 28일 이후 닫혀 있던 3,100선의 문이 활짝 열리는 순간이었다.

순매수의 주역은 외국인과 기관으로,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 3,834억 원, 기관 1,994억 원 규모의 현금이 시장으로 유입됐다. 강한 상승 뒤편에서는 개인 투자자가 5,387억 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차익 실현에 나선 모습이다. 코스피200 선물 역시 외국인이 4,037억 원 매수 우위를 이어갔다.
시장 분위기의 중심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있다. 삼성전자(005930)는 3.97% 오른 6만300원에, SK하이닉스(000660)는 8.67% 급등한 28만2천 원에 각각 거래되며 대형주 랠리를 이끌었다. 한동안 조용했던 이차전지주 LG에너지솔루션(2.21%)과 삼성SDI(3.90%)도 다시 꿈틀거리고, 현대차(1.49%), 기아(1.46%) 등 자동차주까지 찬란한 반등 속으로 합류하고 있다.
대부분의 시가총액 상위주가 오름폭을 키우는 가운데서도 NAVER(-1.90%)와 두산에너빌리티(-0.58%) 등, 이전에 크게 주목받았던 종목들은 이익 실현 매물로 조용히 쉼표를 찍었다.
반면 중동 리스크 완화의 여운은 방산과 정유, 해운 업종에 냉정한 그림자를 드리웠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2.18%), LIG넥스원(-11.75%), 풍산(-11.40%) 등 방산주와, 한국ANKOR유전(-24.80%), 한국석유(-20.99%) 등 정유주, STX그린로지스(-19.56%), 흥아해운(-18.61%) 등 해운주가 나란히 하락세로 돌아섰다. 시장의 온도차가 종목별로 뚜렷하게 갈리는 순간이다.
코스닥 역시 모처럼 활력이 돋보였다. 전일보다 1.86% 오른 799.35에 다다르며 800선 턱밑까지 접근했다. 이번 수치는 2024년 8월 1일 이후 약 11개월 만에 재현되는 기록이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순매수세가 두드러지며, 그 흐름을 이끌고 있다.
알테오젠(2.24%), 에코프로비엠(5.24%), 에코프로(7.93%), 레인보우로보틱스(3.27%) 등 주도주가 고르게 강세를 보이며, 투자자들은 다시금 대형 반도체와 이차전지 등 신성장 산업에 기대를 걸고 있다.
증권가에선 외국인과 기관의 동조적 매입이 이어지는 한, 대형주가 견인하는 상승 기조가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가파른 상승을 이룬 종목군을 중심으로 변동성 확대에 유의가 필요하다는 신호도 감지된다.
어서 흩어지는 산들바람처럼, 증시의 행운이 모든 투자자에게 고루 닿을 수는 없다. 대형주 랠리의 한가운데에서 소외된 업종은 잠시 먼 발치에서 숨 고르기를 이어간다. 새로운 고점의 기록 속에서 시장 참여자들은 자산관리 전략에 무게를 둬야 한다. 대형주 강세 속 종목별 변동성, 그리고 불확실성 해소 여건이 향후 랠리의 끈질긴 동력이 될지, 남은 6월의 시간들이 그 해답을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