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협력기금 1,822억원 쌓였지만…실집행률 4% 미만 여전”
남북협력기금을 둘러싸고 전국 광역자치단체와 중앙정부가 정책적 시험대에 올랐다. 2024년 기준 15개 시도가 1,822억원 규모의 남북협력기금을 조성했으나, 남북관계 단절과 같은 정치적 변수가 발목을 잡으면서 집행률은 4%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다. 이 같은 현실은 통일부가 국민의힘 김건 의원(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에게 10월 4일 제출한 자료를 통해 드러났다.
15개 시도가 조성한 남북협력기금은 경기도가 438억원으로 가장 많고, 이어 서울시 345억원, 강원도 186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대구시와 울산시는 2022년까지 존재했던 남북교류협력 조례의 근거를 폐지하면서 지난해부터 기금을 전혀 조성하지 않았다. 특히 두 지역 모두 2023년까지 관련 조례 자체를 완전히 폐지하며 제도적 발판을 없앤 것으로 확인됐다.

실집행 실적도 저조하다. 경기도만 33억원을 집행했고, 강원도와 서울시가 각각 16억원과 13억원을 쓴 데 그쳤다. 부산, 충북, 경북, 경남, 제주 등 5개 시도는 예산만 마련했을 뿐 실질적으로 집행한 내역이 없었다. 15개 시도의 지난해 실제 남북협력기금 집행액은 전체 조성액의 4%인 69억원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자치단체가 운용하는 남북협력기금은 통일부 소관 남북협력기금과 달리 남북교류협력사업뿐만 아니라 북한이탈주민 지원이나 평화통일 기반 조성 등 다양한 목적에 쓰일 수 있다. 그러나 장기화된 남북 간 교류 단절, 정치·외교적 여건 악화로 집행 자체가 차단되는 구조도 반복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남북협력기금의 저조한 집행을 두고 실효성 논란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보수 진영에서는 “남북관계 정상화 등 사업 타당성 확보 없이 세금만 사장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이 강하다. 반면, 일부 지방자치단체 및 시민사회는 “교류 재개가 즉각 어렵더라도 평화와 접경지역 지원 기반 마련에 기금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향후 남북관계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남북협력기금의 구조적 역할과 집행정책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국회는 실집행률 제고 방안과 제도적 개선 여부를 두고 추가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