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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있지만 못쓰는 환자”…중증근무력증, 급여화 논의 본격화
IT/바이오

“신약 있지만 못쓰는 환자”…중증근무력증, 급여화 논의 본격화

조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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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근무력증 치료제의 혁신이 국내 환자들의 삶을 바꿀 수 있는 분기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개발된 신약들이 뛰어난 효과를 보여주고 있으나 지나치게 높은 약값 탓에 실제 현장 적용이 제한되고 있다. 특히 일부 약제는 내성 환자에서도 정상에 가까운 일상 복귀를 가능케 하지만, 건강보험 급여 적용 미비로 치료 혜택이 극소수에 국한된다. 업계와 의료계는 이러한 현실이 '난치성 희귀질환' 치료의 구조적 한계라며, 급여화 정책 변화가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희귀 자가면역 신경근육질환인 중증근무력증은 운동신경과 근육을 연결하는 신경근육접합부에 아세틸콜린 수용체를 비롯한 신경 신호 분자를 공격하는 자가항체가 생성돼, 골격근 약화 및 피로, 연하곤란, 호흡장애 등 복합 증상으로 이어진다. 질병 특성상 증상 변동성이 커 오전·오후에 따라 컨디션이 달라지고, 심할 경우 급성 호흡마비로 이어질 수 있다. 국내 유병률은 2010년 인구 10만 명당 7.5명에서 2018년 11.15명으로 증가세다. 특히 고령화와 맞물려 유병 환자 수가 지속적으로 늘 것으로 전망된다.

진단은 신경전도검사, 자가항체 측정, 약물반응검사 등을 기반으로 진행되며, 항체 결과에 따라 맞춤형 치료 전략이 결정된다. 치료 원칙은 콜린에스터분해효소억제제 및 스테로이드, 면역억제제 등 표준 약물요법에 흉선절제술, 혈장교환술 등도 병행된다. 최근에는 기존 치료제로 효과를 보지 못하는 15% 내외의 '난치성 중증근무력증' 환자를 겨냥한 첨단 신약(에쿨리주맙, 라불리주맙 등)이 개발됐다. 이들 신약은 보체(면역 활성을 유도하는 단백질 계열) 차단을 통해 증상 개선효과를 극적으로 높인다고 알려져 있다. 다국가 연구에서 젊은 항체 양성 환자에 흉선절제술을 병행할 경우 증상 조절과 스테로이드 감량이 유의미하게 나타난 바 있다.

 

문제는 이러한 치료제가 건강보험 급여화에서 배제돼 있다는 점이다. 에쿨리주맙 등은 연간 4억원에 가까운 비용으로, 적응증 허가가 됐음에도 실제 임상현장에서는 환자가 접근하기 어렵다. 반면 같은 약이 '발작성 야간혈색소뇨증'에는 급여가 적용된다. 신하영 세브란스 신경과 교수는 “약가 협상과 급여 체계 보완 없이는 환자가 효과적인 신약의 혜택을 입기 어렵다. 치료제가 있어도 쓸 수 없는 상황이 속출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부 환자들은 중국 등 해외로 신약 구매를 위해 떠나는 풍선효과까지 발생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미국, 유럽 등에서 이미 신약 급여 적용과 임상 확대가 이뤄지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중증근무력증 치료 패러다임의 진전은 단순히 생존 연장 차원을 넘어, 환자의 사회적·심리적 재활과 경제적 생산성 회복을 좌우한다”고 강조한다. 국내서도 환자단체 및 의료계 중심으로 약가 인하, 급여 확대를 위한 입법 논의가 진행 중이다.

 

중증근무력증은 조건부 관해(증상이 거의 없는 상태)나 완치에 도달한 환자도 일부 있지만, 난치성 환자의 삶의 질 보장을 위해선 더 진일보한 치료 옵션의 접근성 확보가 핵심 과제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신약 개발만큼이나 환자 접근성을 높이는 정책적 결정이 동반돼야 한다. 전체 사회와 제도 역량이 치료혁신을 뒷받침해야 지속가능한 산업 발전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분석한다. 산업계는 이번 제도 개선 논의가 현실적 성과로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조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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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근무력증#신하영#에쿨리주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