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4,000선 5거래일 만에 회복…외국인·기관 동반 매수에 장 초반 급등
코스피가 27일 장 초반 5거래일 만에 4,000선을 되찾으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인공지능 AI 관련 대형 기술주의 강세와 12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유지되면서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회복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고용지표가 연준의 완화 전환을 위협할 수준은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된 가운데, 국내 증시가 글로벌 기술주 랠리의 수혜를 받는 구도라고 분석하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결과를 앞두고 단기 변동성 확대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7일 오전 9시 28분 기준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48.50포인트 1.22퍼센트 오른 4,009.37을 기록했다. 장 초반부터 강하게 출발해 전장 대비 28.58포인트 0.72퍼센트 높은 3,989.45에서 출발한 뒤 상승 폭을 키우며 장중 4,000선을 돌파했다. 코스피가 장중 4,000선을 회복한 것은 지난 20일 이후 5거래일 만이다.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이 동반 매수에 나서며 지수를 끌어올리는 흐름이다. 오전 9시 28분 기준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582억 원, 기관은 1,111억 원어치를 각각 순매수했다. 반면 개인은 같은 시각 1,615억 원 규모를 순매도하며 차익 실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파생상품 시장에서도 외국인의 매수 우위가 이어지며 코스피200 선물시장에서 666억 원 규모의 순매수를 기록 중이다.
환율은 다소 불안한 흐름이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9원 오른 1,468.5원에 거래를 시작하며 상승 출발했다. 환율 상승은 수입 물가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지만, 단기적으로는 수출주와 외국인 매수 유입에 우호적인 환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날 뉴욕증시는 AI 인프라 투자 기대를 반영한 대형 기술주의 강세 속에 3대 지수가 모두 올랐다. 엔비디아가 1.37퍼센트, 마이크로소프트가 1.78퍼센트 상승하는 등 AI 관련 핵심 종목에 순환 매수세가 유입되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2주 이상 실업수당을 청구한 계속 실업수당 건수는 한 주 전보다 7,000건 늘며 고용시장 둔화 우려를 키웠지만, 시장에서는 이를 연내 금리 인하 기대를 크게 훼손할 변수로 보지 않는 분위기다. 반면 최근 GPU 의존도를 줄인 AI 서비스 제미나이 3.0 발표 이후 급등했던 알파벳은 차익 매물이 나오며 1.04퍼센트 하락했다.
국내 증시에도 미국 기술주 랠리의 온기가 고스란히 전이되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컨센서스를 상회한 미국 신규실업수당청구건수 등 간밤 공개된 데이터들은 12월 금리 인하 기대감을 다시금 후퇴시킬 정도는 아니었다며 오늘 코스피는 미국 증시의 온기를 이어받아 상승 출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장 초반 지수는 예측대로 강세 흐름을 보이며 4,000선을 재탈환했다.
다만 이날 오전 예정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앞두고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경계 심리도 공존하고 있다. 현재 시장에서는 11월 기준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향후 통화정책 방향과 물가·성장률 전망, 추가 인하 시점과 관련한 시그널에 따라 주식·채권·외환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업종별로는 전기전자, 제조, 금융 업종이 지수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전기전자 업종은 1.89퍼센트 오르며 대표적인 상승 업종으로 부각됐고, 제조업종과 금융업종도 각각 1.39퍼센트, 1.21퍼센트 상승했다. 반면 경기 방어적 성격이 강한 내수·소재 업종 일부는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다. 비금속은 0.34퍼센트, 부동산은 0.46퍼센트, 종이·목재는 0.54퍼센트 떨어지며 차별화 양상을 나타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가운데서는 반도체, 바이오, 원전, 방산, 금융주가 고르게 강세다. 엔비디아 강세의 수혜주로 꼽히는 SK하이닉스는 3.63퍼센트 상승하며 54만 원대를 회복했다. 삼성전자도 1.95퍼센트 올라 10만4,000원대를 기록하며 심리적 저항선 회복에 성공했다. 바이오 대형주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0.79퍼센트, 셀트리온이 0.27퍼센트 상승했다.
원전·방산 관련 종목인 두산에너빌리티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각각 2.70퍼센트, 2.18퍼센트 오르며 방산·에너지 밸류체인의 강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금융주 가운데서는 KB금융이 0.48퍼센트 상승하며 지수 상승에 보탬이 되고 있다. 반면 성장주 중에서도 2차전지 관련주는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0.69퍼센트, LG화학은 2.14퍼센트, POSCO홀딩스는 0.63퍼센트 하락했다. 현대차도 0.38퍼센트 내리며 대형 제조주 내에서 차별화되는 흐름을 보였다.
전날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 인수 결정을 발표한 네이버는 0.85퍼센트 하락하며 약세를 기록했다. 빅테크의 가상자산 플랫폼 인수에 따른 중장기 성장 기대가 있음에도, 단기적으로는 불확실성과 평가 리스크가 부각되며 차익 실현성 매물이 출회된 것으로 해석된다.
같은 시각 코스닥지수도 강보합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오전 9시 28분 기준 코스닥은 전 거래일보다 5.05포인트 0.58퍼센트 오른 882.37을 기록했다. 지수는 2.12포인트 0.24퍼센트 오른 879.44에서 거래를 시작한 뒤 상승폭을 확대하는 중이다. 코스닥시장에서는 개인이 685억 원을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주도하고 있고,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76억 원, 199억 원 규모로 매도 우위를 나타내고 있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및 개별 종목 가운데서는 바이오·로봇 관련주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알테오젠이 0.97퍼센트, 레인보우로보틱스가 4.95퍼센트, 코오롱티슈진이 0.15퍼센트, 파마리서치가 0.71퍼센트, 로보티즈가 2.23퍼센트 상승했다. 반면 2차전지와 일부 바이오주는 약세다.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는 각각 1.07퍼센트, 1.08퍼센트 떨어지며 2차전지주의 조정 흐름을 이어갔고, 에이비엘바이오는 0.17퍼센트, 펩트론은 2.04퍼센트, 리가켐바이오는 1.51퍼센트 하락했다.
현재 국내 증시는 미국 기술주 강세와 연내 금리 인하 기대가 결합되며 상승 동력을 확보하고 있지만, 한은 금통위 결과와 향후 미국 통화정책, 환율 흐름 등 대외 변수에 따라 변동성이 다시 확대될 여지는 남아 있다. 시장에서는 다음 통화정책 이벤트와 주요 경제지표 발표에 따라 위험자산 선호가 꺾일지, 추가 상승 탄력이 붙을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