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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의 창의성, 인간 한계 넘었다”…이세돌, 알파고 경험 재조명

전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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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가 보여준 새로운 수읽기 방식이 바둑과 인공지능(AI)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꿔 놓고 있다. 이세돌 울산과학기술원 특임교수는 지난달 네이버 그린팩토리에서 강연을 통해 2016년 바둑 AI 알파고와의 대국 경험을 재조명했다. 그가 회상한 알파고의 "절대 두지 말라"던 수에 놀랐던 순간은, AI의 창의적 접근법이 인간 고정관념의 경계를 뛰어넘는 확실한 근거로 받아들여졌다. AI 기반 기술이 전통적 게임 산업을 넘어 더 광범위한 분야로 적용될 수 있음이 다시 한 번 조명된다. 업계는 이런 경험을 ‘AI 창의성 논쟁의 분기점’으로 본다.

 

이 교수는 "알파고가 둔 수에는 바둑을 배우면 어릴 때부터 절대 두지 말라고 배웠던 수가 있었다"며 "심지어 3번째, 5번째 수에서 이런 장면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바둑 고수조차 시도하지 않은 난수가 AI 판정에선 최적의 전략으로 작동했다. 실제로 대국 이후 한국, 중국, 일본 프로 기사들 중에도 해당 수를 공식전에서 둔 전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는 신경망(딥러닝)이 기존 룰 기반 프로그램들과 달리, 엄청난 기보 데이터와 독자적 연산능력을 결합해 독창적 해답을 도출한 결과다. 기존 AI 대국 시스템의 한계를 알파고는 완전히 극복했던 것이다.

알파고의 등장은 바둑 프로세스 교체뿐 아니라, AI 기술의 실용적 가치와 산업적 가능성을 동시에 증명했다. 대국에서 보여준 인간 직관 넘어서는 수읽기는 의사결정, 보드게임, 복잡한 시뮬레이션 등 다양한 응용분야에 확대 적용될 수 있다. 이세돌 교수 역시 바둑 기반 보드게임 개발 경험을 들며 "AI를 아무것도 없는 백지상태에서 쓸 때는 한계가 있었다. 사람이 어느 정도 설계를 하고, AI와 협업하자 단 몇 시간 만에 완성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사용자가 기본 아이디어·구조를 제공할 때 AI와의 시너지가 극대화된다는 의미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알파고의 등장을 전후로 AI의 자율적 데이터 해석과 창의성 실험이 본격화됐다. 구글 딥마인드, 오픈AI 등은 기존 규칙에 얽매이지 않는 AI 학습·적용법을 앞다퉈 선보이고 있다. 미국, 유럽, 일본 등은 AI 창의성의 사회적·산업적 파장 검증에 나서는 등 경쟁이 치열하다.

 

AI 확산이 빨라지는 만큼 데이터·알고리즘 신뢰성 문제와 인간 중심 거버넌스 이슈도 대두되고 있다. 한국을 포함한 각국에서는 AI의 의사결정 해명 가능성(Explainability),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확보 등 정책 강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AI 기술이 인간의 사고체계에 끼치는 영향에 집중한다. 이세돌 교수는 “AI와 협업해 시너지를 내려면 인간의 깊은 사고, 직관에 더해 데이터 해석력이 필수”라며 “미래는 AI와 인간이 문화적으로 공존하는 쪽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진단했다. 산업계는 이번 알파고 대국 경험을 계기로, AI 창의성이 실제 시장·제품 개발에 어떻게 안착할지에 주목하고 있다.

전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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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알파고#바둑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