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진단이 생존률 99%”…PSA 검사, 전립선암 국가검진 포함 촉구
혈액 기반의 PSA(전립선특이항원) 검사 등 조기 진단 기술이 전립선암 관리 패러다임 전환의 분수령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립선암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환자 본인도 모르는 사이 병이 진행되며, 진단 시점이 치료 성과·생존율 결정에 직접적 변수가 된다는 점에서 조기진단을 둘러싼 국가적 관리체계가 논의되고 있다. 남성암 중 발병률·유병률이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전립선암은 현재 국가 건강검진 항목에 포함돼 있지 않아 사각지대로 꼽힌다. 업계와 학계는 조기 진단 체계 강화가 고령자 중심의 암 환자 급증에 대응할 '암관리 경쟁'의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대한비뇨기종양학회는 1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고령화 시대 급증하는 전립선암 관리의 핵심으로 PSA 검사를 통한 조기진단 필요성을 강조했다. 중앙암등록본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전립선암 환자 수는 2만754명으로 전체 암 발생의 7.4%를 차지, 남성암 순위 2위에 올랐다. 특히 65세 이상에서는 인구 10만 명당 416.1명으로 고위험군에 해당한다. 1~2기 조기 발견 시 5년 생존율이 99%에 달하지만, 전이 후에는 50% 미만으로 급감해 진단 시점이 예후를 좌우하고 있다.

PSA 검사는 전립선에서 분비되는 단백질 농도를 혈액에서 측정해 이상 신호를 빠르게 포착한다. 비침습적이고 환자 부담이 적은 이 방식은 전립선암 조기진단뿐 아니라 위험군 분류와 맞춤 치료 전략 수립에도 연계된다. 기존에는 증상 발생 이후 병원 진단·치료가 이뤄졌으나, PSA 검사를 정기검진에 포함시키면 전체적인 전립선암 관리 효율성과 사회·경제적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최근 전립선암 치료는 유전자 기반 표적치료제, 방사성 리간드 치료, 면역항암제 등 혁신 신약이 도입되며 정밀의학 시대로 진입했다. 특히 진단과 치료를 아우르는 테라노스틱스(진단-치료 융합) 접근이 국제적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PSMA-PET 영상 진단과 방사성 동위원소 치료가 결합된 이 치료법은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않던 환자에서도 생존 기간 연장 효과를 보이고 있어 차세대 표준 치료로 부상 중이다. “환자 개별 유전 특성, 병기, 위험도에 기반한 맞춤 치료가 정착되는 추세”라는 게 학계의 설명이다.
국내 현실을 보면, 최근 10년간 등록 환자 중 절반 이상이 고위험군으로 분류됐고, 진단 평균 연령이 71세에 달하며 60대 이상 환자 비중이 90%를 넘는다. 이는 선진국 대비 훨씬 높은 수치다. 기존 복지체계에서 여성암(유방·자궁경부암)은 국가검진 체계가 도입·정착된 반면, 남성암 가운데 전립선암 만은 여전히 제도적 지원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PSA 수치·글리슨 등급·병기 평가를 조합해 위험군을 분류하고, 고위험군 대상의 집중 치료 또는 저위험군 환자의 과잉치료 방지 등 단계별 맞춤 정책도 PSA 검사 도입에 의해 강화될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PSA 검사가 건강검진 항목에 공식 포함돼 있지 않아 수검률이 낮은 실정이다.
급속한 고령화 추세와 진단 시기별 생존율 격차가 산업적·사회적 파급력을 크게 키우는 만큼, 학계와 환자단체, 의료계에서는 PSA 검사를 국가암검진 프로그램에 포함해 남성 질환 관리의 질적 전환을 이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첨단 치료법의 경제적 부담과 지역 간 수급 격차 해소, 유전자 패널 검사와 혁신 신약의 급여 확대 등 정책·제도 개선 논의도 필요한 과제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전립선암은 조기 진단 여부에 따라 치료 성과, 생존율, 사회·경제적 비용에 결정적 영향을 주는 대표 질환”이라며 “국가 차원에서 조기진단과 맞춤 치료 환경을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논의가 본격화돼야 산업·의료계 전반의 암관리 역량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산업계는 이번 조기진단 지원 논의가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