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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하늘 아래 걷는다”…오산 물향기수목원과 독산성에서 찾은 고요한 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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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하늘 아래 걷는다”…오산 물향기수목원과 독산성에서 찾은 고요한 쉼

이예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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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하늘과 선선한 바람 속에서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었다. 예전엔 맑은 날만 골라 나섰던 오산의 숲길과 산성, 이제는 흐린 날씨도 한결 친숙하게 다가온다. 그만큼, 일상을 벗어나 조용히 걷는 시간이 우리에게 소중해졌다는 뜻일지 모른다.

 

경기도 오산시는 서남부의 도심이지만, 정작 그 품 안에는 맑은 물과 푸른 숲이 공존한다. ‘물과 나무와 인간의 만남’을 주제로 한 물향기수목원은 계절마다 새로운 색과 향기로 산책하는 이들을 맞아준다. 습지생태원, 수생식물원 등 다양한 테마가 곳곳에 숨어있고, 잘 정비된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자연의 소리와 푸근한 바람, 그 속에 녹아든 자신의 감정까지 조용히 발견하게 된다. 특히 오늘처럼 23도로 선선하고 습도가 머무는 날엔 숲의 향기가 더 짙게 느껴진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오산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오산

숲길을 나와 오산시 양산동 독산성에 오르면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과거 임진왜란의 역사가 배인 산성이지만, 이제 이곳은 오히려 평화로운 산책 명소가 됐다. 완만히 오르는 길을 따라 성벽을 걷노라면, 흐린 하늘 아래 오산 시내와 멀리까지도 시야가 트인다. 사람들은 이 조용한 순간에 옛 흔적을 밟으며, 일상의 소음에서 벗어난 사색에 잠긴다.

 

성벽 안쪽, 푸르고 고즈넉한 나무와 바위 사이엔 보적사가 자리잡고 있다. 번잡하지 않은 사찰에서의 잠깐의 휴식, 그 자체로 삶의 무게가 가벼워진다 느낀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흐린 날이라 더 특별했다. 시끄럽지 않고 한가로운 숲속, 걷다 보니 마음이 조금씩 맑아지는 느낌이었다”고 산책객들은 전한다.

 

자연과 역사가 어우러진 산책길에 대한 관심은 데이터로도 확인된다. 경기문화재단의 설문에 따르면 최근 1년간 ‘도심 근교 산책이나 성곽길 탐방’을 경험한 시민이 60%를 넘어섰다. 트렌드 분석가 이진아 씨는 “함께 걷는 풍경 안에서 오롯이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현대인의 새로운 리셋 방식이 됐다”고 분석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비 오는 날의 수목원이 더 운치 있다”, “독산성에서 보내는 한나절이 올가을 최고의 힐링”이라는 공감 글도 이어진다. 산책은 이제 결과가 아닌 과정 그 자체로, 느리게 걷고 깊게 바라보는 경험을 중시하는 흐름으로 자리잡았다. 흐린 날씨는 오히려 일상에서 마주하지 못한 내면의 목소리를 더 또렷하게 들려주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작고 평범한 산책이지만, 오산에서의 이런 하루는 우리에게 새로운 자극과 평온함을 선물한다. 자연과 역사의 결이 만나는 길 위에서, 삶의 속도와 마음의 결을 다시 맞추게 된다. 지금 이 변화는 누구나 겪고 있는 ‘우리 일상’일지도 모른다.

이예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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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산시#물향기수목원#독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