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동맹마저 각자도생”…다카이치 총리 등 강경파 연쇄에 한국 외교 격랑

신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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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 우파 지도자 다카이치 사나에의 일본 총리 취임이 임박하면서, 한일관계 및 주변 외교환경이 다시 긴장 속으로 빠지고 있다. 미국·북한·중국·러시아와의 ‘스트롱맨’ 외교전에 더해, 일본까지 강경보수 정부로 노선을 선회할 조짐을 보이며 한국 외교는 사면초가의 국면에 놓였다.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해 이달 중순 새 총리에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다카이치 사나에는 과거사·독도 문제에 있어 우익색채가 두드러진 강경보수 정치인이다. 다카이치 총재는 “야스쿠니신사 참배 여부를 적절히 판단하겠다”고 밝히며 유보적 태도를 보였으나, 일본 언론들은 추계 예대제 기간엔 공식 참배를 보류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과거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 참배와 독도 영유권 주장, 과거사 인식 등에서 다카이치 총재의 매파적 행보는 이미 여러 차례 드러난 바 있다. 향후 야스쿠니신사 문제를 둘러싼 일본 정부의 공식 움직임에 따라 금세 한일관계가 급속히 얼어붙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이어진다.

 

전직 총리인 아베 신조 이후 10년 만에 일본 강경 우파 총리가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강행할지 여부, 그리고 독도 문제·과거사 문제 제기 등 민감한 현안에서 한일갈등이 상시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더불어 전통적으로 북핵 등 국제무대에서 우군 역할을 해온 일본과의 공조가 흔들릴 경우, 대북·대중 정책의 지렛대가 크게 약화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오는 31일부터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에 다카이치 신임 총리와 첫 한일 정상회담에 나설 전망이다. 그러나 이틀간의 정상회담에서도 한일간 뚜렷한 입장차가 드러날 경우, 외교교착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 외교를 둘러싼 미중일러 및 북한 변수도 동시에 악화하고 있다. 가장 핵심 축인 한미 동맹에서도 미국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세안(ASEAN) 정상회의 참석 후 일본을 먼저 방문, 한국에는 단 하루만 체류할 계획으로 일정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 양국 간 관세협상 지연이 배경이라는 해석이,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 등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어졌다.

 

한편, 북중러 3국의 밀착도 가속화하고 있다. 이달 10일 열리는 북한 노동당 창건 80주년 열병식에 중국 리창 국무원 총리와 러시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이 참석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은 중국, 러시아 고위 인사와 함께 ‘연대 과시’ 무대에 오르게 된다.

 

북한이 남한을 ‘적대적 국가’로 규정, 남북관계 자체를 사실상 단절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과의 관계까지 뚜렷한 러시아 쪽 경도 조짐을 보이면서 한국의 외교적 공간이 더욱 협소해진 상황이다.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안정이라는 최종 외교목표로 향하는 과제의 복잡성도 그만큼 증폭됐다는 평가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실용외교의 본격화, 외교지평 확대 등 능동적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번 APEC 회의가 "외교적 신뢰와 소통 구축의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과 외교가는 오는 31일 APEC 정상회의와 연쇄 한일 및 미중일러 정상 외교 접촉에 한국 외교의 명운이 달렸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정상외교 라운드를 계기로 주변국과의 현안 조율 및 외교 다변화 노력을 한층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신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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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사나에#이재명대통령#북중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