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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마다 그림이 말을 건다”…전주, 감성으로 걷는 하루의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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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마다 그림이 말을 건다”…전주, 감성으로 걷는 하루의 여행

신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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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감성 여행’을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전주 한옥마을 골목에서부터 벽화 사이를 산책하는 풍경은 이제 누구에게나 익숙한 일상처럼 스며들었다. 남들이 추천하는 코스와 인증 사진은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내 하루를 특별하게 기록하는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전주에선 현실과 꿈 속의 경계가 흐릿해진다. 한옥 지붕 아래 전통 한복을 입고 걷는 사람들, 그 곁에 핸드드립 커피 향이 은은하게 섞여든다. 바로 옆 자만벽화마을 골목길은 예술가의 손끝에서 탄생한 다양한 그림들로 채워져 있어, 천천히 걷기만 해도 작품 속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을 준다. 이 골목은 연인과 손을 잡고, 혹은 가족끼리 사진 한 장 남기기에 더없이 좋다.  

이런 변화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최근 전주를 찾는 2030 청년 여행객이 30% 이상 늘었다는 지방자치단체 통계가 있다. 감성 카페와 편집숍, 길거리 음식으로 이어지는 객사길은 특히 이 세대의 취향에 꼭 맞는 공간으로 손꼽힌다. 누구나 혼자, 혹은 함께 맞춤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까.  

여행 트렌드 분석가 이수진은 “지금의 여행은 단순한 소유가 아니라, 일상에서 잠깐 벗어나 나만의 작은 쉼표를 찾는 과정”이라고 이야기한다. 오랜만에 흙길을 밟는 것, 손끝에 한지의 감촉을 느끼는 것, 전통공예로 세월을 새기는 체험에는 모두 자기만의 치유법이 숨어 있다.  

실제로 체험공방에서 도자기를 빚어본 대학생 김진희 씨는 “빼곡히 채워진 스케줄 대신 무심한 여유에서 오는 기쁨을 알았다”고 고백했다. SNS에는 벽화 앞, 공방 속, 꽃동산 언덕에서 찍힌 전주 여행 인증 사진이 끊임없이 올라온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나도 곧 전주 갈 거야”, “거기 벽화마을 진짜 힐링이더라” 등 ‘나’를 위한 여정이 익숙해진 시대의 공감이 이어진다.  

지금 전주의 골목에서는 누구나 걷는 속도만큼의 감정을 나누고 있다. 오래된 전통과 신선한 감성이 손을 잡는 거리에서, 여행은 더 이상 남의 경험이 아닌 ‘내가 살아낸 하루’로 기록된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전주의 감성 여행은 우리 삶의 방향을 그 안에서 조금씩 바꿔놓고 있다.

출처=제이포니 체험공방
출처=제이포니 체험공방

 

신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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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한옥마을#자만벽화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