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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m36 극한 승부”…우상혁·커, 남자 높이뛰기 신시대→2025 격돌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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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m36 극한 승부”…우상혁·커, 남자 높이뛰기 신시대→2025 격돌 예고

권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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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국립경기장의 숨 막히는 긴장 속에서 우상혁과 해미시 커가 2m36을 사이에 두고 펼친 승부가 새로운 서막을 열었다. 상대를 향해 모자를 벗고 다가가 포옹한 순간, 두 사람의 표정에는 존중과 열망, 경쟁의 짙은 울림이 어렸다. 금과 은, 단 2㎝ 차이의 극적인 판가름은 관중의 함성과 어우러져 더욱 깊은 여운을 남겼다.

 

2025년 세계 남자 높이뛰기 구도는 우상혁과 해미시 커의 양강 체제로 뚜렷하게 굳어졌다. 3월 열린 난징 세계실내선수권에서는 우상혁이 2m31로 정상에 섰고, 커가 2m28로 뒤를 이었다. 그러나 도쿄에서 치러진 실외 세계선수권에서는 해미시 커가 2m36으로 레이스를 장식하며, 우상혁은 2m34로 값진 은메달을 차지했다. 다이아몬드리그 남자 높이뛰기에서도 팽팽한 접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커가 세 번, 우상혁이 두 번의 우승을 각각 나눠 가졌다.

“2m36 대결 펼쳐”…우상혁·커, 세계높이뛰기 양강 구도 굳혀 / 연합뉴스
“2m36 대결 펼쳐”…우상혁·커, 세계높이뛰기 양강 구도 굳혀 / 연합뉴스

이전 세대와는 또렷이 구분되는 흐름이 확립됐다. 카타르의 무타즈 에사 바르심이 한동안 남자 높이뛰기를 평정했고, 이탈리아의 장마르코 탬베리가 그와 함께 지형도를 그려왔다. 우상혁은 2020 도쿄 올림픽에서 2m35로 4위에 오르며 세계 무대에 본격 등장했다. 바르심을 상대로 얻은 2승은 상대 전적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한국 남자 높이뛰기의 의미 있는 페이지를 장식했다. 탬베리와의 상대 기록에서는 오히려 11승 7패로 앞섰다.

 

국제 대회 기록을 살펴보면 2022년까지만 해도 우상혁의 존재감이 더 컸다. 세계실내선수권 금메달, 실외 세계선수권 은메달 등 글로벌 무대에서 꾸준히 자신의 이름을 새겼다. 그러나 2023년부터 해미시 커가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커는 2024년 세계실내선수권에서 2m36의 개인 최고 기록을 세우며 우승했고, 파리 올림픽에서도 같은 기록으로 올림픽 챔피언에 등극했다. 반면 우상혁은 파리에서 2m27로 7위에 머물렀다.

 

올해 역시 두 선수의 경쟁은 더욱 선명해지고 있다. 실내 세계선수권과 다이아몬드리그 등 굵직한 무대에서 우상혁이 연승을 가져갔으나, 최근 도쿄 세계선수권에서는 커가 2㎝ 차이로 또다시 우상혁을 누르며 명실상부 투톱 체제를 확고히 했다.  

경쟁자에서 동반자 같은 존재로 성장한 두 선수의 인터뷰도 시선을 모았다. 우상혁은 “커는 올림픽 챔피언이자 좋은 친구다. 앞으로 2m38, 2m40이라는 새로운 고지에서 둘이 겨루는 순간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커 역시 “우상혁과의 대결은 언제나 특별하며, 서로의 성공을 진심으로 바란다”는 소회를 남겼다.

 

남자 높이뛰기 세계는 바르심, 탬베리의 은퇴가 임박한 가운데 본격적인 우상혁-커 체제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두 선수는 2027 베이징 세계선수권과 2028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등, 앞으로도 굵직한 무대에서 연이어 만날 예정이다. 관중과 팬 역시 새로운 기록 경신, 그리고 극적인 라이벌전의 재현을 기대하고 있다.

 

값진 땀의 결실과 담담한 미소가 교차하는 경기장 한가운데, 높이뛰기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했다. 이 특별한 순간들은 해를 거듭할수록 더 깊은 울림을 남기며 팬들의 기억에 머무를 전망이다.

권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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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혁#해미시커#세계육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