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억의 꿈, 13명에 깃들다”…로또 1등 ‘번호·지역’에 쏠린 일상적 환상
매주 토요일 밤이 가까워지면 거리의 공기마저 달라지는 것 같다. 요즘엔 ‘로또 추첨을 기다리는 시간’이 많은 사람들에게 하나의 일상이 됐다. 누군가는 집안 식탁 위에 놓인 작은 복권 한 장을 보며, 또 누군가는 골목 복권방에 모여 든다. “혹시 나도 당첨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와 두근거림에 전국 곳곳에서 부드럽게 퍼지는 희망의 습관이다.
9월 13일, 제1189회 로또 추첨에서 6개 번호 ‘9, 19, 29, 35, 37, 38’가 세상에 공개됐다. 1등 당첨자는 모두 13명. 각기 다른 지역,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행운을 맞이한 이들은 1인당 22억 6,365만원이라는 꿈 같은 금액을 손에 쥐게 됐다. 실수령액은 15억대를 넘어선다. 경기와 경남, 서울, 인천, 광주 그리고 울산과 경북까지 다양한 사연이 복권 용지 한 장에 담겼다. “자동을 골랐더니 당첨됐다”는 무심한 이야기부터, 한 번의 수동 선택으로 인생이 새로 써진 경북 경주시의 로또야놀자 판매점까지 각자의 번호에는 작고도 확실한 비밀이 담겨 있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이번 회차에는 무려 1,194억여 원의 로또가 팔렸다. 2등(167명)은 약 2,936만원, 3등(3,121명)은 157만원, 4등(152,345명)과 5등(2,577,694명)에게도 각자의 작은 행운이 이어졌다. 매주 끊이지 않는 구매 행렬, 그리고 오랜 통계는 ‘34’, ‘12’, ‘27’번처럼 유난히 자주 등장하는 당첨번호까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번호를 고를 때마다 사람들은 그동안의 이력, 복권방의 명당 소문, 인터넷의 수많은 ‘로또 공식’에 일희일비한다.
동행복권 관계자는 “복권은 소소하지만, 누구에게나 작은 기대와 환상을 주는 일상의 이벤트다. 최근엔 경로와 전산 시스템이 다양해져 한 장소에만 몰리지 않아 지역도 고르게 퍼지고 있다”고 표현했다. 통계청 누적 데이터에 따르면, 9,824명의 1등 수상자가 이미 이 변화를 증명하고 있다. 20억대 평균 1등 당첨금, 400억을 넘는 역대 최고 기록, 그리고 매번 열리는 작은 축제가 한데 어우러진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또 꽝이네, 하지만 다음 주도 산다”, “복권방 앞에 줄 서서 기다리는 사람이 이렇게 많을 줄이야”, “무심코 찍은 번호가 인생을 바꿀 수도 있다니” 같은 이야기가 온라인 커뮤니티를 채운다. 아주 작고 사소해 보이지만, 그 안엔 ‘나에게도 특별한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기대감이 담겼다.
로또는 숫자와 행운을 넘어, 각자의 평범한 하루에 조그만 파동을 일으킨다. 진짜 답은 한 장의 종이보다 그걸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에 있다는 걸 모두 알지만, 또 한 번 종이를 쥔 손에 설레는 이유다. 작고 우연한 선택, 그러나 그 속에서 우리는 일상의 희망과 변주를 반복한다. 그래서 로또는 그저 유행이 아니라 각자의 일상에 스며든 삶의 작은 기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