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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사고, 설렘을 기다린다”…토요일 밤 로또 추첨은 작은 꿈의 신호

서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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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밤이면 슈퍼와 편의점 앞에 줄이 길어진다. 번호를 고른 손끝에 작지만 단단한 기대가 얹혀 있다. 로또 추첨은 어느새 ‘내일은 다를지도 모른다’는 소박한 꿈을 품은 일상이 됐다.

 

1196회 로또 추첨 결과가 공개된 날, 8 12 15 29 40 45번(보너스 14번)이 새로운 희망의 조합이 됐다. “한 번쯤은 나에게도 기회가 오지 않을까”라는 마음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동행복권 홈페이지를 찾아 자신이 적은 번호와 비교했다. 추첨일인 토요일 저녁엔 평일과 달리 판매가 오후 8시에 마감되고, 다음날 오전 6시까지는 판매도 중단될 정도로 많은 이들이 같은 리듬을 공유한다.

제1196회 로또당첨번호
제1196회 로또당첨번호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2002년 1회부터 올해 11월까지 1196회 동안 누적 판매금액은 84조2,477억 원에 이른다. 그만큼 많은 이들이 ‘혹시나’를 꿈꾸며 번호를 고른 셈이다. 이 기간 1등 당첨자만 9,944명이었고, 평균 당첨금은 20억이 넘는다. 가장 많이 뽑힌 번호 역시 화제가 된다. 34번은 204회, 12번은 203회나 등장했다는 통계에, “이번엔 이런 걸 참고해야겠네” 하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나온다.

 

로또 1등 당첨은 드물지만, 매주 수백만 명은 일상을 벗어난 작은 기회를 노린다. 사회심리학자들은 “추첨을 기다리며 상상하는 그 순간 자체가 현대인의 일종의 ‘의식’”이라 분석한다. 단순한 사행이 아닌 희망 소비, 익숙한 삶에 더하는 설렘의 루틴이라는 해석이다.

 

커뮤니티에서도 “주변에 1등 당첨자 본 적 없지만, 매주 꿈꿀 수 있는 게 로또” “결국은 나만의 번호를 계속 믿게 된다”는 반응이 이어진다. 토요일 저녁만 되면, SNS 인증샷과 당첨 번호 캡처가 쏟아진다.

 

로또는 어느새 특별한 날이 아닌 평범한 하루의 작은 이벤트가 된 셈이다. 소박하지만 간절한 바람, 단 하루라도 뒤바뀔 수도 있다는 미련, 그리고 함께 감탄하고 위로받는 일상 속 놀이.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서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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