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인 집념의 역주행”…김가온·박가현, 풀세트 명승부→아시아 U-19 금메달
결정적인 순간, 벼랑 끝에 몰린 김가온과 박가현의 손끝엔 결연한 집중력이 스며 있었다. 두 사람은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의연하게 맞섰고, 낙담이 감돌던 벤치에 한 줄기 희망을 다시 불러냈다. 마침내 마지막 득점이 코트를 가르자 장내에는 숨 죽인 감탄과 뜨거운 환호가 뒤섞였다.
제29회 아시아 청소년선수권대회 U-19 혼합복식 결승이 1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펼쳐졌다. 이날 결승전에서는 한국 대표팀의 두 조가 마주했고, 김가온(한국거래소)-박가현(대한항공) 조가 최지욱(대광고)-유예린(포스코인터내셔널) 조를 상대로 3-2로 짜릿한 역전승을 일궈내며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경기는 초반부터 예상 밖의 양상으로 흘렀다. 김가온-박가현 조가 1, 2세트를 3-11, 13-15로 내주며 패색이 짙어졌다. 상대의 파상공세에 고전하던 이 조는 서서히 리듬을 되찾기 시작했다. 3세트에서 11-4로 기선을 제압하자 분위기는 급격히 바뀌었고, 이 기세는 네 번째 게임(11-6), 최종 게임(11-3)까지 확장됐다.
승부를 가른 것은 마지막까지 밀리지 않는 집중력과 흐름 전환이었다. 박가현의 치밀한 수비, 김가온의 공격적 플레이가 조화를 이루며 압도적인 후반부 경기를 이끌었다. 통계상 3세트 이후 두 조의 득점 차는 두 자릿수까지 벌어졌고, 최종 스코어 3-2가 전광판에 찍히는 순간 우승의 감동은 극에 달했다.
이번 아시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김가온-박가현 조의 금메달로 한국은 대회 두 번째 금메달을 수확했다. U-15 여자단체전에 이어 국제 무대에서 청소년 탁구의 힘을 재확인하는 성과였다. 김가온은 남자부 단체전 우승 실패의 아쉬움을 혼합복식 1위로 씻어냈고, 박가현 역시 지난 세계청소년대회 단체전에서 팀을 정상으로 이끈 경험을 바탕으로 다시 한 번 값진 결실을 맺었다.
대표팀 내전으로 진행된 결승까지의 과정도 주목받았다. 김가온-박가현 조는 인도 대표팀의 바타차르지 안쿠르-코테차 타네샤 조를 풀세트 접전 끝에 제압하며 결승에 올랐고, 최지욱-유예린 조는 북한 조를 꺾으며 한국의 메달 싹쓸이에 힘을 보탰다. 특히 지난해 함께 우승을 경험했던 박가현과 유예린이 이번에는 적으로 맞서는 장면이 시선을 끌기도 했다.
경기 직후 박가현은 “쉽지 않은 흐름이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아 기쁘다”며 소감을 전했다. 한국 청소년 대표팀은 남은 개인전 및 복식 종목에서도 추가 메달 사냥에 나설 계획으로 국내 팬들의 응원도 이어지고 있다.
지친 손끝의 여운, 숨죽인 관중의 박수, 그 위에 남은 스스로와의 약속. 경기는 끝났지만, 어느새 청춘의 담금질은 또 다음 무대를 예비하고 있다. 김가온-박가현 조의 청소년 탁구 여정은 아시아를 넘어, 한국 탁구 미래에 대한 희망을 더욱 또렷하게 그려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