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m34 은빛 도약”…우상혁, 도쿄 세계선수권 은메달→한국 육상 새 역사
젖은 트랙 위로 잎새처럼 날아오른 순간, 우상혁의 표정은 묵직한 압박감과 환희 사이를 오갔다. 2m34를 바로 넘으며 도쿄 올림픽의 아쉬웠던 기억 위에 또 하나의 결실을 얹은 그의 등 뒤로, 관중은 오래도록 박수를 보냈다. 결승장에 머문 긴 정적마저 한국 육상에게는 뜨거운 응원의 진동으로 번졌다.
2025 도쿄 세계선수권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우상혁은 최종 2위를 차지하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2m20과 2m25, 그리고 결전의 순간 2m34까지 빈틈없이 바를 넘어선 우상혁은 메달권 싸움 내내 흔들림 없는 경기 운영을 보여줬다. 특히 2m34에서 단번에 바를 넘는 저력은 한국 높이뛰기 사상 가장 빛나는 장면으로 남았다. 경기가 끝난 뒤 우상혁은 동료들과 뜨거운 포옹을 나누며 그간의 고생을 함께 기념했다.

우상혁은 이로써 한국 육상 최초로 세계선수권 메달 2개 보유라는 금자탑을 세우게 됐다. 2022년 미국 유진 실외 세계선수권에서의 첫 은메달 이후, 2022년 베오그라드 세계실내선수권 우승, 2023년 취리히 다이아몬드리그 파이널 우승에 이어 또 한 차례 세계 최고 무대에서 자신을 증명했다. 올 시즌에서도 난징 실내 세계선수권 2m31 금메달, 구미 아시아선수권 금메달을 거머쥐며 금빛 행진을 이어온 만큼, 세계 정상권 선수로서의 자부심을 다시금 확인했다.
도쿄 현장의 응원 열기는 경기 내내 뜨거웠다. 우상혁의 매 순간 도약에 관중이 호흡을 멈추는 듯 집중했고, 결선 후반 순위가 엇갈릴 때마다 아시아 팬들의 응원 물결이 경기장 가득 넘실거렸다. 마지막 시도까지 끈질기게 도전하는 모습은 후배 선수들에게도 큰 귀감이 됐다.
우상혁은 경기 후 “도쿄에서 다시 메달을 획득하게 돼 매우 기쁘다. 앞으로 남은 대회에서도 모든 것을 다 쏟아붓겠다”는 소감을 전했다. 2026년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2027년 베이징 세계선수권, 2028년 LA 올림픽이 기다리는 만큼, 그의 다음 비상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추석을 앞둔 도쿄의 늦여름 하늘 아래, 한 번 더 세워진 한국 육상 도약의 새 지평선. 우상혁이 남긴 여운을 따라, 높이뛰기 매트 위에 쌓여갈 도전의 기록을 팬들은 조용히 가슴에 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