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관여 인사 진급 배제"…안규백, 계엄 연루 준장 삼정검 수여 보류
12·3 비상계엄 사태를 둘러싼 책임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방부와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장성 진급자 검증을 둘러싸고 또 한 번 시험대에 올랐다. 계엄 관여 의혹이 제기된 준장 진급자들에 대한 삼정검 수여가 일제히 보류되면서 군 내 인사 원칙과 책임 기준을 둘러싼 논쟁도 더해지고 있다.
국방부는 19일 서울 용산 국방컨벤션에서 준장 진급 예정자 및 진급자 89명을 대상으로 삼정검 수여식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삼정검은 대통령이 준장 진급 장성에게 하사하는 상징물로, 국가와 국민에 대한 충성심과 사명감을 부여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번 수여 대상에는 지난해 진급자로 선발됐지만 장성 정원 문제로 아직 보직 발령을 받지 못해 준장 진급 예정자 신분을 유지하고 있는 인원과, 지난해 6월 1일 이후 진급 명령이 발령된 준장 진급자들이 포함됐다. 수여식은 지난해 2월 이후 약 1년 9개월 만에 열렸다.
그러나 국방부는 이들 가운데 12·3 비상계엄 사태에 관여했거나, 관련 의혹으로 수사와 조사를 받고 있는 10여 명에 대해서는 삼정검 수여를 보류했다. 군 내에서 이른바 계엄 연루 인사로 분류되는 대상들이다.
수여가 미뤄진 인원에는 방첩사령부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출동에 관여한 정성우 전 국군방첩사령부 1처장, 계엄군의 국회 진입과 안내를 둘러싸고 의혹이 제기된 전 국회협력단장, 계엄사령부 참모진 구성을 위해 계룡대 육군본부에서 서울로 이동한 계엄 버스 탑승 인원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특검 수사가 아직 완료되지 않았고 내부적으로도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라며 "일부 인원에 대해선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수사나 조사가 명확하게 정리가 된 이후 수여하기 위해 보류했다"고 설명했다. 수여 자체를 취소한 것이 아니라,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 판단을 유보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안규백 장관은 취임 이후 내란 및 비상계엄 관여 인사에 대해 강경한 인사 원칙을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 안 장관은 내란 관여 인사는 진급에서 배제하겠다는 방침을 천명했으며, 이미 진급 예정자 신분인 경우라도 관여 사실이 확인되면 진급을 취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삼정검 수여는 통상 매년 연초에 진행돼 왔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와 대통령 탄핵심판 정국 등으로 올해 수여 시점이 크게 늦춰졌다. 국방부는 정국 혼란 속에서 계엄 관련 수사가 이어지는 상황을 고려해 수여 시기와 대상, 형식을 조정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삼정검은 전통 검인 사인검의 형태를 본떠 제작된 대통령 하사품으로, 육군·해군·공군 등 3군이 일치해 호국, 통일, 번영의 정신을 구현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1987년 도입된 이후 준장 진급 장성들에게 상징적으로 수여돼 왔다.
삼정검 수여 주체도 변화가 있었다. 2017년까지는 국방부 장관이 수여했지만, 2018년부터는 대통령이 직접 수여하는 행사로 격상됐다. 다만 국방부는 올해에 한해 대통령의 해외 순방 일정과 수여식 일정이 장기간 늦어진 점 등을 감안해, 안규백 장관이 위임을 받아 수여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안규백 장관은 이날 행사에서 진급자들에게 "국민의 군대로서 헌법적 가치를 수호하는 군 본연의 임무에 최선을 다하고, 각급 부대 지휘관으로서 군의 명예와 신뢰를 회복하는 데 앞장서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비상계엄 사태를 거치며 추락한 군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지휘부부터 헌법 수호 의식을 확립해야 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방부는 향후 특검 수사와 군 내부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계엄 연루 의혹 인사들에 대한 삼정검 수여 여부와 진급 유지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방침이다.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군 책임 규명을 촉구하고 있는 만큼,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 장성급 인사 구조와 군 인사 시스템 전반에 대한 논의로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