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간29분 감동 혈투”…알카라스·신네르, 프랑스오픈 결승→역전·스포츠맨십 빛났다
마지막 두 손을 맞잡는 순간, 코트 위의 감동이 관중석을 울렸다. 끝없는 랠리와 순간순간의 승부욕, 누가 먼저 무너지느냐의 치열함도 결국은 스포츠맨십으로 마무리됐다. 프랑스오픈의 새 역사가 펼쳐진 밤, 알카라스와 신네르는 승자와 패자를 넘어 함께 박수를 받았다.
프랑스 파리 롤랑가로스에서 8일 열린 2024 프랑스오픈 테니스 대회 남자 단식 결승은 남자 결승 사상 최장 시간인 5시간 29분의 접전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세계 2위 알카라스는 세계 1위 신네르를 상대로 3-2(4-6 6-7 6-4 7-6 7-6) 대역전승을 거두며 뜨거운 밤의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경기 초반만 해도 신네르가 흐름을 주도했다. 1세트를 4-6으로 이기며 기세를 올렸고, 2세트마저 6-7로 챙기며 단단한 리드를 구축했다. 알카라스는 두 세트 연속으로 내주며 벼랑 끝에 몰린 듯했으나, 이어진 체력전 양상에서 경이로운 집중력과 기복 없는 공격 본능으로 맞서기 시작했다. 벤치에서 지켜보는 코칭 스태프와 팬들은 긴장과 설렘이 교차하는 긴 시간을 함께 견뎠다.
알카라스의 각진 포핸드는 코트 구석을 집요하게 물었고, 신네르는 베이스라인 근처에서 촘촘한 수비와 공격을 펼치며 맞받아쳤다. 결정적 순간마다 펼쳐진 두 선수의 스포츠맨십은 이번 결승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다. 2세트 듀스 상황, 신네르의 서브가 폴트로 선언되자 알카라스는 직접 확인 후 에이스 득점을 인정했다. 또 4세트에서는 신네르가 판정 번복을 이끌며 상대의 라인볼을 인으로 받아들이기도 했다.
관중은 어느 쪽이 아니라 두 선수 모두에게 환호를 보냈다. 중계해설을 맡은 짐 쿠리어는 “두 선수 모두 엄청난 스포츠맨십을 보여주고 있다”고 감탄했다. 경기가 끝난 뒤 신네르는 “이런 경기는 우리의 기억 속에 영원히 남을 것”이라며 의미를 더했고, 알카라스 역시 “경기력 이상으로 서로를 존중하는 태도가 자랑스럽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번 승리로 알카라스는 프랑스오픈을 품에 안으며 차세대 테니스 황제의 길목에 섰다. 신네르는 세계 1위의 타이틀에 걸맞은 깊이 있는 경기력과 품격 있는 태도를 증명했다. 두 선수 모두 앞으로 남자 테니스의 판도를 바꾸어 나갈 한축으로, 향후 시즌 이들이 만들어낼 새로운 맞대결과 서사에 전 세계 팬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한여름 밤 길게 이어졌던 테니스의 열기, 마지막에 남은 건 기록보다 더 깊고 진한 동료애와 존중의 손짓이었다. 이 순간은 오랜 시간 기억될 것이다. 2024 프랑스오픈 남자 단식 결승의 빛나는 서사는 스포츠가 주는 감동의 본질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