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수천대 전기차 충전기 방치·수십억 보조금 횡령”…국무조정실·환경부, 부실운영 적발
정치

“수천대 전기차 충전기 방치·수십억 보조금 횡령”…국무조정실·환경부, 부실운영 적발

윤찬우 기자
입력

전기차 충전시설을 둘러싼 관리 부실과 사업비 횡령 의혹이 현실로 드러났다. 국무조정실과 환경부가 전국 충전기 운영 실태를 점검한 끝에 수천 대의 충전기가 장기간 방치되고 수십억 원대 보조금이 부적정하게 사용된 사례가 잇따라 적발됐다. 정부의 전기차 보급 확대 의지가 도마에 오르면서, 설치 지원 사업의 난맥상이 확인되자 정치권과 시민사회 모두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과 환경부는 9월 17일 ‘전기차 충전시설 설치 지원사업 운영 실태’ 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합동 점검은 4월부터 6월까지 이뤄졌으며, 충전시설 관리 미흡과 부실 사업자 선정 등 다양한 문제점이 드러났다. 정부는 그간 공용 충전시설 설치 비용 일부를 설치기관이나 업체에 보조금으로 지원해왔다.

점검 결과에 따르면, 실제 설치된 충전기 2만4천여기에서 관리 부적정 사례가 확인됐고, 사업비 집행 등 부적정 집행 사례는 97억7천만 원에 달했다. 또한 121억 원 상당의 부가가치세가 과소 신고된 정황도 함께 드러났다. 사업수행기관인 A사는 4천기의 충전기 중 2천796기를 미운영 상태로 방치했으며, 전기요금 미납으로 계량기가 철거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사용자 불편이 이어졌음에도, A사는 사실상 정상화를 위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 정부 점검 결과다.

 

이와 별도로, 충전기 설치 수량이나 위치를 승인 없이 임의 변경하거나, 보조금 잔액을 반납하지 않는 사례도 적발됐다. 이에 정부는 해당 사업자들에 대해 총 97억7천만 원의 보조금을 환수하고 시정조치를 내렸다. 특히 B사는 선급금 177억 원을 수령한 뒤 73억6천만 원을 지정 용도가 아닌 곳에 사용한 사실이 확인돼, 업무상 횡령 및 보조금법 위반 혐의로 수사 의뢰됐다.

 

사업수행기관 선정 과정에서도 신생 중소기업에 무분별한 우대 기준이 적용됐고, 평가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또한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의 2만여 충전시설 정보가 부정확하게 표시된 탓에 실제 충전기 이용자들의 불편과 민원이 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정부의 전기차 정책 신뢰도 저하와 보조금 집행 체계 미비에 대한 질타가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신속한 제도 보완과 책임자 문책을 촉구했고, 국민의힘 역시 “공적 자금이 낭비되지 않도록 투명한 집행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제도 정비 의지를 보였다.

 

정부는 이번 점검 결과를 토대로 즉각적인 후속 조치에 나설 계획이다. 집행잔액 반납, 미작동 충전기 전수 점검 등 현장 개선을 우선 추진하고, 충전기 관리 시스템 고도화와 사업자 선정 절차 개편 등 제도적 개선도 예고했다.  

정치권은 향후 국정감사 등에서 전기차 정책의 실효성 검증과 충전기 미비 개선 요구를 이어갈 전망이다.

윤찬우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국무조정실#환경부#전기차충전시설